유산슬 대신 이문세, '놀면' 제작진의 뼈대 있는 선택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겨울 노래 구출 작전'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겨울 노래 구출 작전'은 MC 유재석이 다시 듣고 싶은 겨울 노래의 가수들을 섭외해 공연을 여는 프로젝트다. 지난달 26일 Mr.2의 '하얀 겨울'과 탁재훈-유재석이 컨츄리꼬꼬의 '해피 크리스마스', '오! 해피'로 공연을 시작한 후 2일에는 본격적인 무대들이 펼쳐졌다.
2일 에일리는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김범수가 '보고 싶다'로 대표적인 OST 명곡들을 선보인 후 둘은 함께 '남과 여'로 듀엣 무대까지 선보이며 이날 거듭된 귀호강 공연의 첫 장을 담당했다. 김범수는 역시 OST 빅히트곡인 '나타나'를 추가로 부른 후 자신의 순서를 마무리했고 이어 윤종신이 '좋니'와 '나이'를 들려줬다. 팝스타 존 레전드가 화상으로 등장해 유재석이 요즘 좋아한다고 꼽은 'Bring Me Love'를 부르는 깜짝 공연도 만날 수 있었다.
이날의 엔딩은 이문세. '그대와 영원히'로 시작한 무대는 유재석 데프콘과 '소녀'를 함께 부른 후 겨울 노래의 영원한 클래식 '옛사랑'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문세는 공연 후 촬영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수고한 스태프를 위해 '붉은 노을'을 불러 선물하기도 했다.
이번 겨울과 연말 들리는 음악은 아이돌과 트로트뿐이었다. 아이돌이야 원래 연말 가요시상식의 무대 대부분을 차지해왔으니 색다를 일은 없지만 여기에 올해 내내 열풍을 일으킨 트로트가 가세해 시상식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트로트는 시상식만이 아니었다. MBC <트로트의 민족>, KBS <트롯 전국체전>,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등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들이 12월에 몰리면서 트로트는 이번 겨울에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대중음악 장르가 됐다.
원래 연말연시 그리고 겨울에 가장 선호되던 음악은 발라드였다. 하지만 방송사 시상식에서는 폴킴 정도를 제외하면 발라드 음악은 아이돌과 트로트에 밀려 전멸한 상황이었다. 음악 팬들은 언젠가부터 방송에서 만나기 쉽지 않아진 발라드에 대한 갈증을 연말 공연장을 찾아 달랬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콘서트가 대부분 취소돼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놀면 뭐하니?>의 '겨울 노래 구출 작전'은 MBC 예능국에 코로나19가 발병해 방송을 결방하는 바람에 해를 넘겨 2일까지 방송을 했지만 원래 지난달 26일 마무리되는 일정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겨울과 연말이 트로트와 아이돌 음악으로 쏠려있던 상황에서 발라드의 숨통을 틔워주는 특별한 순간이 됐다.
물론 컨츄리꼬꼬의 곡들이나 김범수의 '나타나', 존 레전드의 노래나 이문세의 '붉은 노을'은 발라드라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곡들은 크리스마스에 방송될 예정에 제작된 공연에서 성탄을 축하하는 역할을 하는 템포 있는 노래들이었고 '겨울 노래 구출 작전'은 전반적으로 발라드 명곡들이 공연의 뼈대가 되는 프로젝트였다.
메인 공연이라 할 2일 방송분의 시작이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와 김범수 '보고 싶다'였고 공연의 허리에서 중심을 잡은 곡은 윤종신의 두 발라드였다. '붉은 노을'이 돌발적으로 추가됐지만 공식 엔딩이 이문세의 '옛사랑'인 이날의 '겨울 노래 구출 작전'은 발라드 레전드 합동 공연의 틀을 갖고 있다.
다만 <놀면 뭐하니?>는, 가수는 인지도가 낮은데 곡은 차트에서 히트하는 근래 발라드곡보다는 가요사에 남을 명곡들로 방송을 꾸몄다. 이런 측면에서는 복고적 정서의 소환으로 대성공을 거둔 싹쓰리 프로젝트 등 복고를 선호하는 <놀면 뭐하니?>의 기본 취향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놀면 뭐하니?>는 준비해둔 여러 프로젝트를 코로나19 유행으로 포기하고 싹쓰리와 환불원정대 등 비교적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가 수월한 음악 예능 중심으로 한 해를 끌어왔다. 그런 <놀면 뭐하니?>가 연말 프로젝트로 음악을 또 택할 때 발라드를 택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놀면 뭐하니?>는 트로트를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트로트 대유행에 편승하지 않았다. 2019년 유산슬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확실한 트로트 소재를 갖고 있고 1년 정도 지나면서 유산슬을 재소환해달라는 시청자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트로트를 택할 만도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놀면 뭐하니?>는 2일 시청률이 8.9%(닐슨 코리아)를 기록, 지난해 8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10% 아래로 내려갔다. <놀면 뭐하니?>의 발라드 구출 작전은 험난했다. 구출 과정에서 시청률 하락이라는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트로트도 아이돌도 좋은데 이 겨울 발라드도 듣고 싶은 음악팬들에게는 마음 둘 무대가 아쉽던 상황에서 따뜻하고 소중한 선물이 돼 주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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