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스파이'가 김갑수 '허당' 비서관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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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하는 사내는 양복 상의에 늘 만년필을 꽂고 다닌다.
피터라 불리는 그의 진짜 직업은 산업스파이.
"스파이 소재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찾아봤어요. 산업 스파이가 평범할 것 같지 않았는데 오히려 지극히 평범해 보이더라고요. 그 평범함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진지함을 부각했죠. (JTBC 드라마) '보좌관'에서 나온 그 비서인 줄 몰랐다는 얘길 들을 때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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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하는 사내는 양복 상의에 늘 만년필을 꽂고 다닌다. 피터라 불리는 그의 진짜 직업은 산업스파이. 제임스 본드(영화 '007' 시리즈 주인공)가 볼펜을 무기로 테러 집단을 응징한다면, 피터는 특수 만년필에 든 독침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최근 종방한 MBC 드라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배우 전승빈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에 낮게 깔린 목소리로 특수 만년필을 휘두를 때면 극엔 긴장감이 커졌다. 격정 없이 차분한 연기로 만든 비장함엔 군살이 없다. 지난달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을 찾은 전승빈은 "'007 시리즈'를 보며 배역을 준비했다"며 웃었다.
"스파이 소재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찾아봤어요. 산업 스파이가 평범할 것 같지 않았는데 오히려 지극히 평범해 보이더라고요. 그 평범함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진지함을 부각했죠. (JTBC 드라마) '보좌관'에서 나온 그 비서인 줄 몰랐다는 얘길 들을 때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전승빈은 '보좌관' 시리즈에서 송희섭(김갑수)의원실에서 눈치로 자리를 지키는 '허당' 비서관 역으로 나왔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와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산업스파이 소재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긴박한 격투 장면. 전승빈은 드라마에서 인터폴 비밀 요원 전지훈(문정혁)과 몸을 부딪쳐가며 여러 차례 액션 연기를 강렬하게 선보였다. 전승빈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고2때까지 11년 동안 태권도를 배운 유단자(4단)였다. 준비된 액션배우였던 셈이다. 전승빈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뒀지만, 워낙 몸 쓰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승빈은 2006년 연극 '천생연분'으로 데뷔했다.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무대의 매력에 푹 빠져 무작정 2005년 대학로의 한 극단을 찾아가 연기를 배웠다. 전승빈은 "장례식에 가서도 조문객들 표정을 관찰했다"고 했다.
그는 2007년 KBS2 '못말리는 결혼'으로 안방극장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천추태후'(2009)와 '대왕의 꿈'(2012)에 조연으로 출연하다 '일편단심 민들레'(2014)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꿰찼다.
하지만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의 나이 서른이 되던 해인 2016년, 뒤늦게 입대하며 연기 활동도 멈췄다. 불투명한 미래, 연기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까. 전승빈은 잠시 말을 골랐다. 그러더니 "작품을 할 때 너무 행복하다"며 입을 뗐다.
"지금 제 자리에서 끊임없이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감사해요. 진짜 만족스럽고요." 전승빈의 눈빛은 단단했다.
전승빈은 1985년생으로 '소띠 배우'다. 올해 소띠 해를 맞아 그는 우직하고 묵묵하게 배우로서의 길을 걸을 계획이다.
"'이 배우가 이 배우였어?'란 소릴 듣고 싶어요. 화려함보단 뚝심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랄까요?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바심내지 않으려고요. 전 지금도 (연기를) 배우고 있으니까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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