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의 경고 "코로나 위기는 현재진행형..돈줄 조여선 안돼"

김정남 2021. 1. 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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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제학회 2021]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연준 의장 지낸 벤 버냉키
'헬리콥터 벤'이 진단하는 팬데믹 위기 1년
"연준 안전판 맡지만..추가 중기 지원 필요"
"모럴 해저드 논란 안다..경제 회복 더 중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윗줄 가운데)이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 첫날인 3일(현지시간)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 교수, 라지 체티 하버드대 교수, 캐롤린 혹스비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경제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전미경제학회 캡쳐)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을 멈추면 안 됩니다.”

벤 버냉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내놓은 경고다. 그는 12년 전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맡아 과감한 양적완화정책으로 ‘헬리콥터 벤’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는 연중 최대 경제학계 행사인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 첫날인 3일(현지시간) 열린 ‘팬데믹에 대응한 경제 충격과 그 대책’ 세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AEA는 이번 행사를 당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화상 회의로 전환했다.

“곧 중단하는 중소기업 대출 재개해야”

버냉키 전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를 처음 도입했던 인사다. QE는 가장 대표적인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이번 위기 때도 쓰이고 있다.

그는 팬데믹 이후 경제 위기를 두고 “이번 침체는 과거와 매우 달랐다”며 “일반적으로 보지 못할 정도로 사망자가 너무 많았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저소득층이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받는 ‘K자형’ 양상으로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올해 3월은 매우 짧지만 급격하게(short sharp crisis in March) 금융 안정성이 무너졌다”며 “모두가 위험을 피해 현금만 좇았다(dash for cash)”고 돌이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해 2월19일~3월 23일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무려 33.92% 폭락(3386.15→2237.40)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그 직후 빠르게 이뤄진 연준의 각종 정책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다만 오는 8일 종료를 앞둔, 중소기업 대출을 용이하게 하는 메인 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Main Street Lending Program·MSLP)에 대해서는 “멈추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여전히 현재에도 진행중인 만큼 취약한 중소기업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MSLP는 연준이 올해 도입한 여러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연준이 재무부의 출자(750억달러)를 받아 총 6000억달러 한도의 대출을 시중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해주는 것이다. 출자를 했던 재무부는 최근 MSLP를 8일자로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막판 중소기업들의 대출 문의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와 연준이 기업 지원 제도를 연장없이 중단할 것이란 소식에 증시가 급락하기도 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를 두고 “경제적으로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재무부의 출자는 실제 대출로 나가면서 쓰이는 돈이 아니라 그저 안전판(just backstop)일 뿐”이라며 “세금이 따로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무부가 다급히 종료할 만큼 재정상 손실이 없다는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재무부가 빨리 돌아와서 MSLP를 다시 복구할 필요가 있다”며 “이 프로그램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금융회사에 대한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 본연의 역할 외에 비(非)금융회사들에 대해 연준이 올해 시행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들을 두고 “회사채 시장에 자금 경색 압박이 높았는데, 스스로 교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연준의 안전판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모럴해저드 논란 있지만…안전판 중요”

일각에서는 연준의 적극적 지원책을 두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준이 12년 전인 글로벌 금융위기때에 비해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해 구조조정을 받아야 할 기업까지 살려놓았다는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 또한 재임 시절 연준의 역할을 과도하게 확대했다거나,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유동성 회수에 대한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연준의 과감한 통화완화 정책 여파로 증시와 부동산 등 주요 자산가격이 급등했고, 언제 또 폭락 충격이 올지 모른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모럴 해저드 지적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또다른 정책 위험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앞으로 통화정책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미국 실업률은 6%대로 연준이 예상했던 수치보다 경제 회복은 더 빠르다”며 “연준의 정책 실탄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금융시장은 2008년에 비해 연준이 더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이라고 보고 있다”며 “추후 4년간 정책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누구…

△1953년생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MIT 경제학 박사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제23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2005~2006년) △제14대 연준 의장(2006~2014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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