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박진영과 뭉친 비의 촉촉한 비즈니스 감각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14년 만에 뭉친 박진영과 비가 예년과 다르게 푸석해진 연말연시에 촉촉함을 더했다. JYP 전설의 시작이었던 비와 박진영 콤비의 2006년 'I'm Coming' 이후 첫 재회이며, 듀엣으로 무대에 선 건 처음이다. 이들이 선보인 '뉴잭스윙'은 오늘날 트렌드인 동시에 둘의 장점이 발휘될 교집합이다. 비와 박진영 모두 그 시절 반가운 얼굴과 이름이 아니라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그 누구와 붙어도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퍼포먼스와 피지컬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만 봐도 알 수 있듯 박진영의 음악 또한 당연히 현재성이 있다(물론 <아는 형님>에 출연한 비는 JYP의 비상은 박진영이 관여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고 강변했다). 무엇보다 세월을 함께 보낸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이들만이 갖는 특장점이다. 그렇게 탄생한 오늘날 레트로 트렌드에 걸맞은 댄서블한 리듬과 멋진 춤선에 대해서 딱히 더할 말이 없다.

노래도 노래지만 이 둘의 행보가 흥미로운 것은 '나로 바꾸자'의 프로모션이 오늘날 TV콘텐츠의 타깃과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타깃이다. 노래 자체에 대한 좋은 평가와 유머러스한 뮤직비디오, <아침마당>과 <가요무대>를 공략한 (조금은 뻔한) 프로모션 등 화젯거리와 재미에 포커스를 맞춘 마케팅 포인트도 주목할 만하지만, 이들이 함께하는 모습에 가장 먼저 흥미를 만드는 요소는 <놀면 뭐하니?>, <슈가맨> 등에서 즐겨온 익숙한 노스텔지어다.
'나로 바꾸자'에는 이제 40대의 문턱에 들어선 비와 50대인 박진영이 서로가 서로를 키우면서 쌓아온 우정, 1990년대 복고에 대한 환호와 회상 등을 리듬 속에 담아냈다. 무대는 진지하지만 이 무대를 만들어가는 방식은 유쾌하고 소소하다. 박진영은 "비와 함께 안무 연습을 하며 지훈이는 역시 나의 잔소리가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춤이 조잡하다"는 직설을 날리고, 비는 어이없어 하면서 지지 않고 반론을 펼친다. 지난 주 <아는 형님>에서 보여준 두 거성의 티격태격 모드와 그 시대를 함께 보낸 MC진과의 소통은 이 듀엣 곡에 대한 충실한 해설이었다. 덕분에 1990년대 무드와 3040세대의 노스텔지어는 올해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주목할 또 다른 지점은 듀엣의 탄생 배경이 방송 프로젝트나, 대형 기획사의 사업 전략이 아니라는 거다. 비와 박진영의 결합은 방송 밖에서 스스로의 기획으로 기회를 만들어낸 또 하나의 예다. <아는 형님>에서 비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 <시즌 비시즌>의 구독자 댓글을 언급하며 "많은 팬들이 우리 두 사람의 활동을 원했다"고 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비의 채널을 구독했다면 로고송 제작부터 해서 이 프로젝트가 이리저리 발원되는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따라가게 된다. 예전 리얼버라이어티보다 훨씬 더 가깝게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 사실상 성장 서사를 다루는 예능의 작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찐경규>, <할명수> 등 비슷한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넷 콘텐츠와 방송 콘텐츠 간의 영향력은 이제 상호보완적 관계로 거듭나고 있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비가 다시 자신의 왕좌를 되찾은 과정이다. 비는 전성기 시절 해외 진출 타진과 인기, 실력, 모든 면에서 지금의 BTS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았으나, 올해 봄까지만 해도 '한때' 월드스타였다. 그것도 모자라 자전거 타기와 깡의 원투펀치로 현실세계에선 멀어지고 인터넷 밈이 됐다. 모자마다 이름을 박는 특유의 나르시시즘은 세계적 장르로 성장한 K팝의 세련미와 점점 멀어졌고, 자아정체성을 주로 외친다는 점에서 통하지만 한국 힙합씬에서 어필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았다. 그렇게 재미와 조소, 안타까움으로 시작된 '깡'의 역주행은 들불처럼 번졌고 이를 캐치한 <놀면 뭐하니?>에 합류하면서 반전을 만들어냈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이야기다. 비는 인터넷 밈이 된 자기 캐릭터에서 친근함만을 취하는 영민함과 긍정적인 면모를 이후 한 차례 더 발휘한다. 반짝 뜬 김에 방송 예능을 순회하는 기성의 공식 대신, 싹쓰리 열풍이 가장 뜨겁던 7월, 자신을 가장 먼저 알아봐준 대중이 있는 곳에서 자기 이름을 내걸고 판을 벌였다. 자신의 과잉된 캐릭터를 마음껏 드러내는 게 유머가 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유튜브에서 그는 요즘 대중과 호흡하는 법을 배웠다. 시청자들은 재밌으니까 보긴 하지만, 엄청난 자기관리의 노력이 한눈에 드러나는 몸매와 춤 솜씨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나로 바꾸자'는 그런 비의 비즈니스 감각이 발휘된 첫 번째 결과다.

비는 역시나 노련한 방송인이자 천상 연예인이다. 밈으로 출발해 그 캐릭터를 기꺼이 비즈니스로 연결시켰다. 오늘날 대중의 흐름에 올라타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간 결과물에 대한 반응도 나쁘지 않고, 방송 밖에서 마련한 무대는 점점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물론 <시즌 비시즌>은 방송가에서 단련된 제작진과 자본으로 만들기에 사실상 개인 채널이라 보기 어렵지만, 자신의 단전 혹은 흑역사를 재료 삼아 스토리를 만들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은 비의 행보 자체는 무척 신선하다. 노래도 좋고, 춤도 멋지고, 레트로 무드도 좋다. 여기에 새해를 맞이하는 데 필요한 긍정과 희망과 기회의 영감까지 함께 즐겨보길 권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MBC, SBS,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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