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메가톤 '구조조정 딜'을 돌아보다

2021. 1. 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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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잇단 계열사 매각 3조 확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역대급 M&A
한진중공업·STX 구조조정 일단락
SK하이닉스·현대차는 공격적 딜 나서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대기업도 피해가지 못했다. 부동산부터 그룹 계열사까지 일단 돈이 되는 자산들을 매각해 자금을 모으는데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두산그룹은 그룹의 핵심 자산과 계열사들을 다른 대기업 등에 매각했고,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넘어가는 등 대기업들의 수난이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대기업들의 사업 재편…눈물 머금은 매각 =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대기업은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8월 골프장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매각해 현금 확보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벤처캐피탈(VC) 네오플럭스(730억원),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6986억원), 두산모트롤BG(4530억원), 두산타워(7000억원) 등을 잇달아 매각해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손에 넣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으로 8000억원 이상을 추가 확보할 전망이다.

매수 상대방은 현대중공업그룹과 같은 대기업부터 신한금융지주와 같은 금융사,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과 소시어스PE-웰투시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 등 다양했다. 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를 받아내는 등 그룹 내 알짜 기업이었던 두산솔루스는 스카이레이크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이후 솔루스첨단소재로 이름을 바꿔 두산 색채를 지워냈다.

두산그룹 외에 소비재 중심의 CJ그룹도 코로나19 탓에 적잖은 타격을 입고 딜을 고민중이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사업부문 매각을 글로벌 PEF인 칼라일과 협상 중이고, 국내 1위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도 글랜우드PE와 진행해 자체 현금쌓기에 한창이다. 올리브영 거래는 총 1800억원 규모로 진행됐고,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최대 1조8000억 원으로 평가된 기업가치가 향후 얼마나 오를지 주목된다.

지난해 국내 최대 ‘메가 딜’ 아시아나 매각…초대형 국적 항공사 탄생 예고 = 국내 매물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시아나항공은 우여곡절 끝에 대한항공의 품에 안기게 되면서 지난해 메가 딜의 대미를 장식했다. 애초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딜이 진행됐으나, 실사 과정에서 딜이 틀어졌다. 양 사는 현재 계약금 소송 등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대한항공은 KDB산업은행의 도움을 받아 1조8000억원 규모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체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양 사의 결합이 최종 마무리될 경우 연 매출 15조원대의 초대형 국적 항공사로 거듭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딜 진행 과정에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우선,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유상증자하는 방식으로 도움에 나섰고, 이는 결과적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유리하게 작용해, 조 회장과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강성부 KCGI 대표 등 주주연합 측이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일었다.

대한항공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점도 지적됐다. 대한항공은 자체 자금 확보를 위해 왕산레저개발을 칸서스·미래에셋대우에 1300억원에, 대한항공의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PEF인 한앤컴퍼니에 9900억원에 매각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제주 연동 사택 등 남은 유휴 자산도 매각할 계획이다. 또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도 서울시와의 합의를 통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폐기물부터 조선업까지…구조조정의 연속 = 지난해 대기업그룹 뿐만 아니라 폐기물부터 조선업까지 여타 기업들의 거래도 이뤄졌다. 이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 까닭이다.

지난해 8월 어팔마캐피탈은 폐기물 등 환경관리 회사인 EMC홀딩스를 SK건설에 팔았다. 거래가격만 1조500억원이다. 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폐기물 업체 ESG를 약 9000억원에 앵쿼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인수했고, 맥쿼리PE는 코엔텍을 5000억원에 아이에스동서와 E&F PE에 팔았다.

또, 코로나19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업도 상황이 악화되면서 매각이 줄줄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을 HSG중공업과 큐리어스 PE(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에 매각했고,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각각 동부건설 컨소시엄, 유암코-KHC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본계약 협상을 진행중이다. 또 지난해말에는 대선조선이 동일철강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조선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이밖에 PEF인 큐캐피탈파트너스와 코스톤아시아가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 인수를 성사시키는 등 다양한 업종에서 딜이 이뤄졌다.

‘어려울 때 더 박차’…신성장동력을 위한 M&A =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 사지로 내몰린 거래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향후 신성장동력과 기존 사업 영역 확장 등을 위해 기업의 ‘곳간’을 연 사례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인텔사의 낸드사업 부문을 90억달러(약 10조31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달러)보다 10억달러를 웃돈 규모다. SK하이닉스 매출의 약 80%가 D램에서 발생하다보니, 사업 편중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인수가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또, 현대자동차그룹은 약 9600억원을 들여 일본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인수했고, LG그룹은 캐나다의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LG그룹의 신설 회사 주식 가치는 9억2500만 달러(약 1조250억원)에 달한다.

또 KB금융그룹은 2조3000억원 규모의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 인수를 성사시켜 보험업은 물론 금융그룹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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