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노조 결성 후 1년, 완전히 무시"
"무임금으로 격주 토요 근무, 시키니 해야 하는 줄"
사측 "노조 결성 뒤 용억 업체와 계약 경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일하던 청소 노동자들이 LG트윈타워 로비에서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16일부터 2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농성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80여명이 1월 1일부로 집단 해고된 상태다. 이들은 2019년 말 노조를 결성해 부당노동 행위에 항의했지만, 사측이 협상을 미뤄 오다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홍이정씨는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는 "정말 고용 승계를 해달라는 요구 하나 뿐"이라며 "생사가 걸린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다.
교섭 질질 끌다 갑작스런 계약해지 통보
홍씨는 3년 6개월 동안 LG트윈타워에서 일했지만 다른 노동자들은 대체로 7년에서 10년 이상 일을 했다고 전했다. 홍씨는 이렇게 오래도록 일한 노동자들이 갑작스레 해고된 이유를 노조 결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씨는 "재작년(2019년) 10월에 노조를 결성했는데 1년 동안 제대로 된 교섭이 없었다"면서 "조롱 아닌 조롱 식으로 완전히 무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그러다 12월에 다시 한 번 교섭을 하자더니 11월 중순에 60대 이상 분들만 그만두게 하겠다고 통보하고 약 20일 뒤에는 80명 전부 해고하겠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홍씨에 따르면 사측은 사직 서명을 위한 서류를 내밀면서 '퇴직 위로금' 명분으로 250만 ~500만원 사이의 위로금을 제시하고 있다. 홍씨는 "위로금 가격이 다 다르다. 그 숫자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려달라고 해도 말을 안 하고, 당신하고 우리 둘하고 세 사람의 비밀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사측은 "2019년 노조 결성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와) 계약을 갱신했으며 노조 때문에 계약이 해지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또 "65세로 정년이 지나 계약해지된 인원 11명이 있고, 농성인원 26명 외 나머지는 재배치 및 최선의 보상에 동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사측이 노조 탈퇴를 유도하기 위해 12월 마지막 날까지도 문자를 보내 '최선의 조치'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사측에서 시키면 다 해야 하는 줄 알았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홍씨는 급여 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휴일 근무를 시키면서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휴게 시간과 조건을 보장하지 않는 등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라고 했다.
홍씨는 "식당이 엄청나게 큰데, 그 식당을 3개월에 한 번씩 왁스작업을 했다. 그러면 보통 6시부터 12시까지 물 한 잔 마실 시간이 없다"면서 무임금 추가 근무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격주로 토요일에 근무를 했지만 이것 역시 무임금이었다"고 했다. 평일 근무 시간을 짧게 잘라내서 휴일에 붙여 무임금 근무일을 만드는 이른바 '근무꺾기' 수법을 썼다는 것이다.
홍씨는 "저희들은 여기 일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사측에서 무슨 일을 이것을 해라 저것을 해라 많은 요구들이 있으면 저희들은 할 한마디 못하고 다 했다"면서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안 되는 것을) 알게 되고 노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교체 후 고용승계 회피
정부는 통상 하청업체가 교체되더라도 청소노동자는 고용승계를 권하고 있지만 현재 사측은 고용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주식회사 LG의 자회사이자 하청기업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청소 용역을 담당하던 재하청 기업 '지수아이앤씨'에서 '백상기업'으로 청소용역 담당 회사를 바꿨다. 에스앤아이 측은 "고객 만족도 저하와 임직원 불편 접수 등을 고려해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했다.
'백상기업'은 고용 완전 승계 대신 신규 모집 방식을 택했다. 이론적으로는 기존 청소노동자들도 지원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농성자들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다.
시민사회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정당까지 현장을 방문하면서 협상을 독려하고 있지만 교섭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홍씨는 "농성 이후 사측에서 (연락이) 아무것도 없다"며 "용역 경비라는 덩치 큰 사람들이 처음에는 20~30명이 가로막더니 지금은 40~50명 이렇게 가로막는다"고 했다.
특히 지난 연말 연초에는 건물에 전기도 일시적으로 끊기고 난방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고난 속에 농성을 이어갔다. 1일에는 사측이 용역을 동원해 식사 반입을 막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홍씨는 "이제 저희들은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까 각오로 서로 붙어 있고 핫팩으로 한두 개씩 몸에 지니고 그러고 잔다"고 말했다.
에스앤아이 측은 1일 상황에 대해 "계약종료 후 첫날로서 당사로서는 코로나 상황에서의 단체 농성이 우려되고 노조원들의 무단점거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기에 사전공지 후 외부물품 반입 차단과 같은 액션을 부득이 취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본적인 난방은 계속 제공해 왔다"고 해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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