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모르는 연구소 되겠다" 새해 맞은 과학기관장들 다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두려움을 모르는 연구소가 되어야 합니다. 연구자는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하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공 또는 실패라는 이분법 평가에 얽매이지 않는 도전적 연구를 장려하겠습니다.”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이달 4일 서울 성북구 KIST 본원 존슨강당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시무식에서 이같은 내용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윤 원장은 “우수정책 실명제를 도입해 여러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격려하고 지원하겠다”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디지털 전환, 연구자 맞춤형 평가제도, 창업 아카데미 개소 등 올해 과제들을 소개했다.
2021년이 밝으면서 이날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각기 시무식을 가졌다. 지난해와는 다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모든 기관이 온라인 생중계로 시무식을 열었다.
윤 원장은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증유의 혼돈을 경험했던 한 해”라며 “KIST는 완전한 코로나19 극복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방역 마스크, 진단기술, 감염병 예측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해 희망을 보여주었다”고 자평했다.
윤 원장은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를 맞아 설중송백(雪中松柏)이라는 말을 꺼냈다. 윤 원장은 ”소나무는 눈 속에서도 색이 바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비록 우리를 기다리는 환경은 올해도 엄혹하기만 할지 모른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온통 흰 눈뿐일지라도 우리가 만들어나갈 KIST는 한 그루 소나무처럼 당당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시무식에서 올해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혁신 가속화와 지속발전에 초점을 맞춘 연구 및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ETRI는 중형 및 대형과제 비율을 2023년까지 60%로 높이고 기관고유 임무사업 예산도 확대한다. 신기술과 난제극복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유니콘 기업 발굴에도 나선다.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AI 아카데미를 개방해 확대하고 마중물 플라자를 건설하기로 했다.
ETRI는 이날 ‘지능 로보틱스 AI 기술’ 등 2020년 ETRI 10대 대표성과도 선정해 발표했다. 김명준 ETRI 원장은“올해 AI 관련 반도체, 컴퓨팅 등 연구개발과 창의원천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소띠의 해를 맞아 소의 지혜를 닮아 묵묵히 연구개발에 전 연구진이 매진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위로해 드리고 향후 인류애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규하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연구원은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 연구원 본원의 출입 도로명이 ‘전기의 길’로 변경된 점을 알리고 “인류가 전기의 길을 따라 걸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더욱더 넓고 탄탄한 전기의 길, ‘전기대로’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올해의 핵심 경영목표로 ‘미래를 대비하는 도전적 원자력기술영역 개척’, ‘기관체질 개선 및 소통 확대’, ‘첨단 연구기반 구축 및 대형 연구시설 활용성 제고’를 꼽은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신고리 6호기 성능시험을 수행하는 한편 원전 안전성 강화 기술개발을 이어가고 원전해체 핵심기술 자립 노력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100메가전자볼트(MeV)급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200MeV로 확장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경주에 준비중인 혁신원자력연구단지는 7월 착공을 목표로 예타 조사를 기다릴 계획이다. 박원석 원자력연 원장은 “지역주민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원자력 연구개발 시스템 구축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원자력기술을 꿈꾸며 미래 60년을 향한 원자력기술개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은 신넌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연구몰입환경을 개선·발전시켜 한의학 중심의 미래의학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성과 창출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시무식에서는 이수정 선임행정원이 한의학연 홍보인상을 수상했고, 남병수 연구원이 우수사내강사상을 받았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에도 대한민국 항공우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위대한 도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미래형 유무인 비행체 개발, 성층권 태양광 무인기 비행시험, 다목적실용위성 7호 개발, 차세대중형위성 1호 3월 발사 완수 등 올해 목표를 밝혔다. 발사체 분야에서는 올해 10월로 예정된 누리호 발사와 후속사업인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예타 통과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달탐사 사업단도 2022년 탐사선 발사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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