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정치·역병의 암흑, 문화의 빛

최현미 기자 2021. 1. 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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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 사라지고 온라인으로 새해 첫 일출을 보는, 낯선 풍경 속에 새해를 맞았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새해 첫날 SNS에 팬데믹 시대를 돌아보며 과학의 승리, 정치와 리더십의 대재앙으로 규정했듯 한국에서도 정치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경제는 회복이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문화에선 웃을 만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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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장

도심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 사라지고 온라인으로 새해 첫 일출을 보는, 낯선 풍경 속에 새해를 맞았다. 한 해를 보내고 맞는 집단 의례(리추얼·ritual)가 불가능해지면서 SNS에서는 자기만의 새해맞이 리추얼을 만드는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세계와 일상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참 아름답다. 이런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아포칼립스(인류멸망) 서사에 비유돼온 코로나 팬데믹이 지난해 발단·전개·위기·절정을 지나, 신축년 새해에는 안도와 희망의 결말로 끝나길 기대해본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새해 첫날 SNS에 팬데믹 시대를 돌아보며 과학의 승리, 정치와 리더십의 대재앙으로 규정했듯 한국에서도 정치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경제는 회복이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문화에선 웃을 만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이달 31일(현지시간) 열리는 그래미어워즈에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올라 있다. 방탄소년단이 수상한다면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를 또다시 쓰게 된다. 영화 ‘미나리’의 선전도 기대된다. 1980년대, 일곱 살 한국계 미국인 소년 가족이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아칸소 시골로 들어가 농장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아카데미상 수상 가시권에 들어 있다. 한국에서 제작한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제목도 한국어, 주연도 한국 배우, 감독은 재미교포에 대사 대부분이 한국어인 작품은 최근 할리우드와 미국에서 힘을 얻고 있는 ‘한국 서사’의 자장 안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해 강력한 힘을 발휘한 한류 드라마의 출발도 산뜻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스위트홈’은 이미 해외 13개국에서 1위, 70개국 이상에서 넷플릭스 톱 10 안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도 5년 만에 신작을 내놓을 예정이고, 팬데믹 속에서 예상 밖으로 선전한 책 시장에선 맨부커상 수상작가 한강,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 등이 신작으로 돌아온다. 상대적으로 비대면이 어려운 공연과 오프라인 극장 산업의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성찰하고 상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의 의지와 욕망이 문화적으로 강력한 힘이 된 듯하다. 그리고 결과인 노래와 서사와 책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현실을 견디고, 삶을 유지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실제로 새해 팬데믹을 소재로 한 신작 ‘페스트의 밤(Nights of Plague)’을 내놓을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는 코로나 시대에 이전의 감염병 소설들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포는 우리를 고독에 빠뜨리지만, 모두가 비슷한 수난을 똑같이 겪는다는 깨달음은 우리를 저마다의 고독으로부터 끌어낸다. (중략) 현실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연대감은 바로 여기에서 태어난다. 우리는 더 이상 두려움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단서인 겸허함을 발견한다.” 신축년 새해, 우리는 이 성찰의 힘과 연대의 힘으로 또 한 걸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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