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887명에 등록금 100%·거주공간 지원금.. 2022년엔 '종일 돌봄' 서비스

정성원 기자 2021. 1. 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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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도 빛나는 '화천형 교육복지'
화천군은 올해 초 코로나 여파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면 마스크 1만5000매를 긴급 제작해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 지원했다. /화천군 제공

코로나가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일상은 사라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실상 2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대다수의 자치단체 사업은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그러나 위기에 맞서 보다 적극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코로나에 당당히 맞서는 강원 화천군의 교육복지 서비스를 들여다봤다.

◇등록금 100%, 거주공간 지원금까지…

지역 출신 대학생을 위한 화천군의 지원은 전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파격적이다. 모든 대학생에겐 등록금 실 납입액 전액과 매월 최대 50만원의 거주공간 지원금이 지급된다. 부모가 3년 이상 화천에 실거주하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등록금이 비싼 해외 대학도 문제없다. 세계 100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에게도 동일하게 등록금 전액이 지원된다.

이는 일회성 재정지원이 아니라 학생과 부모 모두를 위한 복지 서비스 측면에서 접근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사업은 내년에도 변함없이 계속된다. 등록금 지원액에 한도를 두지 않고, 부모의 소득분위 등에 상관없이 실제 납부 등록금의 100%를 지원하는 것은 전국에서 화천군이 유일하다. 올해의 경우 모두 887명의 지역인재에게 대학 등록금이 지급됐다. 금액만 16억9114만원에 달한다. 또 651명에게는 8억5825만원의 거주공간 지원금이 지급됐다. 화천군은 올해 전체 예산(4034억 원)의 13.8%인 558억원을 재단 출연금 등 생애주기별 교육복지 관련 예산으로 편성했다. 재정자립도 8%가 채 되지 않고 인구 2만5000명에 불과한 작은 자치단체에겐 적지 않는 돈이다.

그럼에도 화천군은 행사성 경비와 일회성 소모 예산 등을 매년 줄여나가며 화천군 인재육성재단 출연금을 늘리는 등 교육 복지에 투자하고 있다. 지역인재에 대한 화천군의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군은 올해 쪽배축제와 토마토축제, 화천산천어축제가 코로나로 인해 취소됐지만, 대학생 단기 일자리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했다. 학기 중 아르바이트로 학업에 방해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화천군의 배려다.

화천복합커뮤니티센터 조감도.

◇강화된 코로나 맞춤형 지원

화천군의 교육복지 서비스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더욱 빛났다. 학생들의 등교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 화천군은 노트북과 태블릿PC 등 251대의 스마트 기기를 긴급히 임대해 필요한 학생들에게 지원했다. 또 스마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가정에는 온라인 학습 지도사를 투입해 원활한 수업진행을 도왔다.

마스크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올해 화천군이 미취학 아동과 학생을 포함해 모든 주민들에게 지급한 마스크는 235만매에 달한다.

특히 마스크 부족사태가 불거진 지난 3월엔 면 마스크 1만5000매를 긴급 제작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 전달했다. 공무원과 군인, 산불진화대원 등 100여 명의 인력을 교육 현장에 투입, 지역 내 34개 모든 학교에 대한 방역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화천군은 지금도 방역을 희망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실내 소독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연초 개학일정에 맞춰 지역 5개 학교에 열화상 카메라를 구매해 지원하기도 했다.

화천군은 코로나 여파로 모든 실내 공공시설에 대한 ‘셧다운’조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양한 교육복지 서비스는 현장 상황에 맞춰 계속하고 있다. 화천군은 평소 수많은 교육 강좌 등을 통해 지역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 신장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 여파로 대면 강좌가 어려워지자 온라인 외국어 아카데미를 적극적으로 개설해 활성화했다. 아카데미에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총동원됐다. 전화 영어를 비롯해 화상 중국어 수업, 온라인 라이브 강좌 등이 대표적이다. 아카데미엔 약 250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올해 청소년 중국어 능력평가 시험(YCT)에서 15명의 학생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지난해 최문순 화천군수가 지역 인재로 선발된 학생들에게 장학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다

화천군은 코로나 확산세가 최악인 상황에서도 다음 단계에 대한 구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경우 어느 지자체보다 신속히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선진적인 교육복지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대표적 정책이 사업비 178억원이 투입되는 화천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 사업이다. 화천복합커뮤니티센터는 지하 1층·지상 4층, 전체면적 5135㎡ 규모로 화천초교 내에 조성된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으며, 오는 2022년부터 운영 예정이다. 화천복합커뮤니티센터에는 초등 돌봄 교실과 키즈체육관, 유아 공동 돌봄 센터, 장난감 대여소 등이 들어선다.

커뮤니티센터는 돌봄 기능이 강조된 새로운 시설이다. 군은 센터를 중심으로 아이의 하교 직후부터 부모가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올 때까지, 실질적인 ‘종일 돌봄’을 실현할 계획이다.

이 같은 화천형 돌봄 모델은 학교 내부에 대규모 돌봄 시설을 마련하고, 전담 돌봄 인력을 고용해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진일보한 시스템이다. 화천군이 보유한 방대한 분야의 방과 후 프로그램 콘텐츠와 다양한 외국어 강좌, 미술 등 예체능 강의가 접목돼 돌봄의 질적 수준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내년 도입 예정인 ‘스마트 안심 셔틀’도 눈길을 끈다. 사물인터넷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화천군 직영 교육시설을 순회하는 버스 위치가 실시간으로 부모들에게 제공돼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는 시스템이다. 지역에서는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에 대한 맞벌이 부부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보육복지는 결국 학부모를 위한 복지이기 때문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이르면 오는 2022년 상반기부터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전국 최초의 종일 돌봄 서비스 모델이 구현될 것”이라면서 “종일 돌봄은 학생을 넘어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과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순 화천군수

“교육복지야말로모두를 위한 복지”

최문순 화천군수는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를 최우선 정책 목표로 내걸고 군정 살림을 꾸려오고 있다.

최 군수는 “행정 초점이 교육복지에 집중된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교육복지야말로 모두를 위한 복지”라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어차피 아이들이 대학 졸업 후 외지로 나갈 텐데 이렇게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지만, 이는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 가정을 꾸리고 사회의 일원이 되면 우리 화천의 잠재력은 커지고, 지역 발전의 동력이 쌓이는 셈”이라고 밝혔다.

최 군수는 “앞으로도 치밀한 사전 검토와 현장 의견 수렴, 정밀한 예산 배정과 집행 등을 통해 교육 복지 정책을 더욱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라며 “2만 5000명의 작은 산촌도시 화천군을 전국 대표 교육 복지 도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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