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의 촉]"강성? 친노동 후퇴한 정부탓..사회적 대화 시기상조"

김윤경 기자 2021. 1.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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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신임 민주노총위원장 "정부에 건 기대, 분노로"
"노동존중 후퇴, 문대통령에 달라진 이유 묻고 싶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갖는가는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에 달려 있다. 이 정부에 기대했던 것이 실망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분노로 바뀌고 있다. '노동존중'을 하겠다던 현 정부의 약속은 후퇴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투쟁을 얘기하는) 우리가 강성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건 정부 탓이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양경수 신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단호했다. 위원장 선거 때부터 그랬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매달렸던 사회적 대화, 그리고 노사정 대화 복원을 얘기하며 민주노총을 이끌었던 김명환 전 위원장의 행보는 실패였다는게 이번 위원장 선거의 결과였다. 김명환 전 위원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 참여했지만 민주노총은 대의원회의에서 사회적 대화 참여 안건을 부결시켰다. 그리고 김 전 위원장은 사퇴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아무리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들 하지만 과연 그럴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현재 노동자에게 일부만 주고 훨씬 더 많이 잃게 만드는 식으로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는 사회적 대화의 틀에 참여하진 않겠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대화는 시기상조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노정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진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양 위원장은 당장 급한 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이라고 생각해 지난달 29일부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정기국회에서 좌초된 중대재해법이 오는 8일 끝날 임시국회 내에 '어떻게든' 입법이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 노동존중의 의미가 제대로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단 의지다.

양 위원장의 등에는 중대재해법을 비롯, 근로기준법 11조와 노조법 2조 개정까지 이른바 '전태일 3법' 처리를 바라는 내용의 문구가 쓰여 있다. 그의 텐트 바로 옆엔 훨씬 전부터, 스무 날도 넘도록 중대재해법 입법을 단식이란 극단의 언어로 외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농성 중인 이들과 양 위원장의 텐트를 찾아 온 정치인, 국회의원은 극히 적었다.

다음은 양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1만원 공약파기·공공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정부에 실망 -지금까지 '강성'이란 평가만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을 안 만나겠다'는 내용도 있었고. 그러니까 대화는 배제해 놓고 있는 초강성으로 여겨진다.

▶ 대화를 하지 않고선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조건에서, 어떤 자리에서 대화하느냐 하는가가 사실은 그 자리의 성격을 규정하고 그 자리의 결론을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신임 위원장이 당선되자마자 '대통령 만납시다'라고 하는 건 제 개인의 생각과 입장을 갖고 만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대통령을 만나든 노동부 장관을 만나든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기 전에 민주노총 내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듣고 파악해 입장을 정리한 후에 그들(정부)과 대화하고 교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장 만날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것이지, 문 대통령이든 노동부 장관이든 만나자고 했을 때 마다할 이유는 없다. 언제든지 만날 생각이다. 다만 저희 쪽 준비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순하게 당선을 축하하고 서로 덕담하는 자리가 필요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절박한 노동자들의 문제, 의제를 갖고 논의할 자리가 필요하다. 그런 자리는 추진해 볼 생각이다. 정부도 준비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지금으로선 현 정부와는 대화를 안 하겠다는 걸로 보인다.

▶ 언론에서 바라는 것 같다. 그렇진 않다.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지만 안에서 총의를 모은 뒤 만나겠다는 걸로 해석하면 될까.

▶그렇다. 결론이 날 수 있는 만남이면 좋겠다.

-현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분노로 바뀌고 있다. 임기 초에 많은 분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했다. 대통령이 살아왔던 삶도 그렇고 노동자들 곁에 있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에서부터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 등을 거치면서 그런 기대는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에 있어 스스로 공약을 파기했다. 첫해 16% 정도 인상한 것(2017년 16.4% 인상)을 제외하면 평균 인상분은 역대 정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욕이 없다고 여겨진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이유를 다 최저임금 인상에 뒤집어씌웠다. 최저임금 인상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프랜차이즈 수수료 인하, 임대료 등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요인을 거세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도 없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도 그렇다. 공공부문에서도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는 방식을 쉽게 택하고 직접고용을 하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민간 기업들도 그렇게 한다. 자회사로 직접고용을 흡수하는 건 정말 최소화해야 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노동 정책이 정치 철학을 갖고 진행됐다기보단 굉장히 근시안적으로 추진된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노사정 대화의 틀인 (경제사회노동 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는 완전히 거부하는 것인가.

▶ 민주노총이 어떤 태도를 갖는가는 결국 정부의 노동정책의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언론과 사회가 "민주노총은 강성이야"라고 가늠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강성이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기준이 도대체 뭘까.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면 강성이 아니고 반대하면 강성이고, 이렇게 가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대화는 아직은 무르익을 조건을 갖추지 못 했다고 생각한다.

◇ 현 노사정, 노동자와 타협 아닌 서명만 해야 하는 구조

-이유는?

▶ 사회적 대화가 되려면 서로간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도모해 보려고 하는 공통분모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현재 노동과 정부와 자본 사이에 과연 그런 공감대나 공통분모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회적 대화 틀은 정부와 사용자들이 어떻게 노동자들의 것을 최소화하고 그들의 이윤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오는 것도 있지만 총량적으로 보았을 때는 적기 때문에 이 사회적 대화라는 틀이 노동자들에게 유의미하지 않다. 2,3가지 포기하면 7,8개를 얻을 수 있는 틀인가? 아니다. 오히려 1,2개 얻을 정도인데 잃은 건 7,8개가 되는 그런 논의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선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안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저는 못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들어가서 바꾸면 안 되나.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는데 진짜 그럴까. 노사교섭, 노정교섭과 사회적 대화는 다르다. 노사·노정교섭은 우리의 요구를 가지고 사용자나 정부를 만나는 거다. 그런데 사회적 대화란 틀은 노동자들의 요구도 있지만 자본가들의 요구도 있고 정부의 요구도 있다. 각각의 요구를 놓고 와서 서로 조율하는 거다. 그 자리에서 과연 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일까. 전임 김명환 집행부에서 코로나19라는 절박한 시기에 들어갔던 사회적 대화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럽에선 이런 상황에 이미 6개월간 해고를 금지하고 있는데 적어도 일정시기에 대한 해고를 금지한다든지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와줘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겨우 노동자들이 얻은 것이라고는 '논의'거나 '지향'이었다. 예를 들자면 ' 전국민 고용보험을 연말까지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로드맵을 제출하겠다, 이런 거다. '시행하겠다'가 아니라 '로드맵을 제시하겠다'였다. 이미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되풀이한 거다. 이런 합의안에 노동자들이 가서 서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부가 완전히 '친노동자 정부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은 혁명이 일어나거나 해야만 가능할 테고, 그걸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정말 약속했던 것만이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처음에 출범하면서 밝혔던 대로 말인가.

▶인천국제공항공사 가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했고, 그 때 우리 노동자들이 흘린 눈물, 그 눈물값은 받아야 하지 않겠나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사회적 대화라고 하는 것을 추진해 가고 만들어 가는 과정도 정부의 진정성이 실천적으로 확인되어야 가능하다. 지금은 그 조건이 안 된다.

-그 조건이 무르익기만을 기다릴 순 없잖은가.

▶적극적으로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의 투쟁은 그런 것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리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지금보다 비약적으로 올라간다면 사회적 대화에 들어갈 수 있는 우리 태세가 갖춰질 수 있는 조건은 된다고 생각한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금 단식을 하면서 관철을 요구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있어서도 정부안을 비판하고 있는데.

참고로 정부안은 Δ50인 미만 사업장 시행 4년 유예 Δ100인 미만 사업장 2년 유예 Δ중대재해 경영 책임자 범위에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 삭제 Δ징벌적 손해배상을 '손해액의 5배 이상'에서 '5배 이하'로 축소 Δ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 벌금형 '5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하'로 축소 등이다.

▶야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임의자 의원)안보다 더 후퇴된 내용이 정부안에 담겨 있다. 이렇게 하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김용균 노동자에 대해 그 기업도 처벌할 수 없고, (남이천 물류창고에서 화재참사가 발생새 38명이 숨졌던)한익스프레스에 대한 처벌도 유예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서 산업재해 사망률을 50%로 낮추겠다는 게 과연 가능한가. 정부가 시뮬레이션이라도 해봤을까 의심스럽다. 정부가 목표를 좋게 그리면서 실질적 내용을 만드는데 있어선 엉망인 상황이다.

-이렇게 후퇴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걸 문 대통령 만나면 묻고 싶다.

-정부안이 안 바뀐다면?

▶ 지금 그래서 단식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내서 조금이라도 진전된 방향으로 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국민입법발의돼 있는 법안을 첨삭하는 수준에서 논의해야 한다.

-25년만에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임자라고 생각하나.

▶비정규직 문제는 직접고용이나 정규직화, 또는 비정규직 철폐, 이렇게 뭉뚱그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분들도 있지만 무기계약직이라든지 자회사에 있는 분들의 경우 또다른 영역의 문제가 있다. 이들에겐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권리, 계약갱신권 등이 더 절박하기도 하다. 이런 비정규직 의제들을 좀 더 다양화하고 그에 맞도록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 대화와 소통을 자주 많이 할 것이다.

s91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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