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아 옛날이여∼'.. 신입생 모집 정원 미달 속출

정필재 2021. 1.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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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경쟁률 외고 1.04대1 자사고 1.48대1
전국 30개 외고 중 12개교서 미달사태
자사고선 광양제철고·김천고·북일고 3곳
2025년 일반고 전환 앞둬 매력 떨어져
학령인구 감소·학종 비중 축소도 한몫
코로나發 등교중단 장기화도 영향 끼쳐
정부가 2025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제히 일반고로 전화하겠다고 밝힌 2019년 11월7일 서울 광진구 대원외고 앞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반고등학교로 전환을 앞둔 외국어고등학교(외고)의 경쟁률이 뚝 떨어졌다. 전국 30개 외고 중 경쟁률 1대 1을 밑돈 학교가 12곳에 달할 정도다. 전국의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에서도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왜 그럴까.

3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전국 30개 외고에서 모두 5837명의 신입생을 모집했는데 6099명만 지원했다. 경쟁률은 1.04대 1로 지난해 1.37대 1보다 낮아졌다. 2019년에는 1.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서울의 6개 외고에서는 2021년 1400명의 신입생을 모집했는데 1556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1.11대 1로 지난해 경쟁률인 1.37대 1보다 낮아졌다. 서울외고와 이화외고의 경쟁률은 1대 1을 밑돌았다. 명덕외고가 1.35대 1로 서울의 외고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방 24개 외고의 경우 4437명 모집에 4543명이 입학을 희망했다. 경쟁률은 1.02대 1에 불과했다. 미달인 외고는 모두 12곳이다. 사회통합전형을 제외한 일반전형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미달인 학교는 1곳에서 올해는 9곳으로 많아졌다.
올해 외고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1단계에서 영어 내신(160점)과 출결 성적(감점)으로 모집인원의 1.5배수∼2배수를 선발한다. 이어 2단계로 면접(40점)을 보고 1단계 성적과 합산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난달 18일 마감한 전국단위모집 자사고 평균 경쟁률은 1.48대 1로 전년도 같은 기준의 1.58대 1보다 낮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광양제철고 한 곳만 미달이었지만 올해는 북일고와 김천고까지 모두 세 곳에서 정원보다 적은 학생들이 지원했다.

하나고는 2.39대 1에서 1.90대 1로 경쟁률이 낮아졌고 외대부고 역시 2.24대 1이었던 경쟁률이 2.09대 1로 하락했다. 현대청운고와 북일고, 광양제철고도 각각 경쟁률이 낮아졌다. 반면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와 상산고의 경쟁률은 상승했다. 민사고의 경쟁률은 지난해 1.76대 1에서 1.91대 1로, 상산고는 1.59대 1에서 1.84대 1로 각각 높아졌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지역, 학교별로 우수한 면학 분위기가 조성돼 있고 인문계열 기준으로 대체로 양호한 입시 실적을 가진 학교는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았다”며 “선호도가 약한 일부 외고에서는 정원 미달 학교가 속출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외고와 자사고 경쟁률은 꾸준히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선 학생 수 축소와 대입전형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경우 중3 학생은 7만2775명으로 지난해 7만6202명보다 3427명(4.5%) 적어졌다. 전국의 중3 학생은 올해 41만3179명으로 지난해 44만8125명보다 7.8% 줄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령인구의 감소가 외고 자사고 경쟁률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대학의 입시방식 변화가 외고나 자사고 등에 유리하지 않은 부분도 외고를 기피하게 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김창식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수석연구원은 “정부 정책으로 외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대입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이 축소되는 점도 영향을 줬다”며 “이 부분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들 학교의 인기는 하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여파도 외고와 자사고 경쟁률 하락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싼 등록금을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돈만 내놓고 학교에서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외고나 특목고 진학을 놓고 많이 고민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고의 경우 수업료와 학교운영비 등을 포함해 분기별로 200만원의 학비가 필요하다. 한 해 800만원 수준이다.

정부가 2025년에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키로 한 상황에서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고 폐지를 놓고는 여전히 찬반이 팽팽하다. 찬성 쪽에서는, 외고가 폐지되면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 △고등학교 유형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해소 △전반적인 학업 분위기 형성 등의 기대감을 표출한다. 반대 쪽에선, 외고 설립 취지에 부응하는 교육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학업 역량의 하향 평준화가 예상된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외고가 아닌 상위 일반고에 대한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해당 학교 지역의 부동산값을 요동치게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상위권 일반고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1지망에 그 학교를 써내기 위해 특정 지역으로 학생들이 몰릴 수 있다”며 “좋은 학교가 강남에 몰려 있고 학부모들이 그쪽으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는데 부동산 가격은 당연히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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