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른 게 아니다 [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전쟁이 끝나간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1kg도 안되는 바이러스와 78억명 지구인의 싸움'은 늦어도 올해 말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2년 만의 종전이다.
전쟁 종식이라는 희망을 꿈꿔볼 수 있는 이유는 신무기인 백신이 개발된 덕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보급이다. 전장 투입은 하세월인데 적군은 변형 게릴라 전술을 시작했다. 정부는 1분기 혹은 상반기 제압을 얘기하지만 영 미덥지가 않다.
실제로 바이러스군의 3차 대공습에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결국 9조3000억원의 군비를 1~2월 다시 전장에 뿌리기로 했다. 적에게 부상 입은 이들에 한정된 지원이라 '맞춤형 지원금'이라 명명했다. 하지만 어차피 그 돈도 시장에서 돌고 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군이 한국에 침범한 이래, 정부는 4차례에 걸쳐 예산을 확충했다. 약 67조원이다. 여기에 3차 지원금을 더하면 76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예산확충과 현금지원 외에도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라고 부를만한 통화공급안을 쏟아냈다.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는 피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135조원+α'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과 '40조원 규모'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내놓았다. 행정부가 직·간접으로 늘린 추가 지출만 251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0%까지 내렸고, 금융사에 자금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RP 매입도 시작했다.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QE)다. 한은법에 묶여 어려웠던 직접지원은 SPV(특수목적기구) 설립으로 우회해 8조원을 투입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유동성 카드는 모두 소진한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빅샷도 있다. 출범 이후 집값이 앙등해 비판받던 현 정부는 3기 신도시라는 메가톤급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2027년에나 공급할 수 있는 주택보급책이라 현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와는 별개로 토지보유자들에게는 올해 17조원, 내년까지 33조원을 보상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 시장에는 돈이 넘쳐난다. 다만 이 돈들은 갈 곳을 잃었다. 바이러스군이 현실세계의 실물 대면소비를 위축시키고 있어서다. 새로운 타입의 '유동성 함정'이다. 지난해 돈을 200조원 이상 더 풀었는데도 역성장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같은 시기 물가상승률은 돈이 풀린 것과 무관하게 0%대 행진을 지속했다.
이제 자산시장을 바라보면 지금의 물가가 허상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지난달 증시 예탁금은 사상 최대 수준인 60조원을 넘어섰다. 희소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신축 5년 내 아파트는 강남·강북할 것 없이 모두 2배 안팎으로 가격이 올라섰다.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희소한 자산부터 매진행렬이 시작된 셈이다.
집을 사두지 못해 이른바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은 조급하다. 하지만 정부는 주택정책이 지지율 하락의 근거가 되자 '부동산 사다리'를 걷어찼다. 집이 있건 없건 불안해진 이들은 연말부터 대안을 찾아 헤매다가 공모주와 배당주를 거쳐 결국엔 삼성전자를 사들였다. 5만원대던 주가는 두 달 만에 8만원대가 됐다.
누군가의 평가처럼 이 현상은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가 드디어 제값을 받기 시작한 것일까. 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못내 찜찜하고 더 불안한 것은 왜일까.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이 끝난 이후에 반드시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돈이 풀렸고, 위축된 소비가 폭발하기 시작하면 재화와 서비스값은 걷잡을 수 없이 뛰게 마련이다. 물론 남아도는 재화보다는 인건비가 뛸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각종 지원책으로 연명하던 좀비 기업들이 먼저 도산할 수 있다. 그리고 실업자와 빚으로 살던 개인들도 파산한다.
포스트 코로나는 또 다른 전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재정 및 금리정책 카드를 모두 탕진한 정부는 무엇으로 대항할 것인가. 그게 궁금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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