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른 게 아니다 [우보세]

세종=박준식 기자 2021. 1. 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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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설치된 시세정보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3000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84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은 지난달 약 3년 만에 2000만원을 넘어섰고, 이달 들어서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며 3000만원도 돌파했다. 2020.12.28/뉴스1


전쟁이 끝나간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1kg도 안되는 바이러스와 78억명 지구인의 싸움'은 늦어도 올해 말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2년 만의 종전이다.

전쟁 종식이라는 희망을 꿈꿔볼 수 있는 이유는 신무기인 백신이 개발된 덕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보급이다. 전장 투입은 하세월인데 적군은 변형 게릴라 전술을 시작했다. 정부는 1분기 혹은 상반기 제압을 얘기하지만 영 미덥지가 않다.

실제로 바이러스군의 3차 대공습에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결국 9조3000억원의 군비를 1~2월 다시 전장에 뿌리기로 했다. 적에게 부상 입은 이들에 한정된 지원이라 '맞춤형 지원금'이라 명명했다. 하지만 어차피 그 돈도 시장에서 돌고 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군이 한국에 침범한 이래, 정부는 4차례에 걸쳐 예산을 확충했다. 약 67조원이다. 여기에 3차 지원금을 더하면 76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예산확충과 현금지원 외에도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라고 부를만한 통화공급안을 쏟아냈다.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는 피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135조원+α'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과 '40조원 규모'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내놓았다. 행정부가 직·간접으로 늘린 추가 지출만 251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0%까지 내렸고, 금융사에 자금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RP 매입도 시작했다.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QE)다. 한은법에 묶여 어려웠던 직접지원은 SPV(특수목적기구) 설립으로 우회해 8조원을 투입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유동성 카드는 모두 소진한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빅샷도 있다. 출범 이후 집값이 앙등해 비판받던 현 정부는 3기 신도시라는 메가톤급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2027년에나 공급할 수 있는 주택보급책이라 현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와는 별개로 토지보유자들에게는 올해 17조원, 내년까지 33조원을 보상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 시장에는 돈이 넘쳐난다. 다만 이 돈들은 갈 곳을 잃었다. 바이러스군이 현실세계의 실물 대면소비를 위축시키고 있어서다. 새로운 타입의 '유동성 함정'이다. 지난해 돈을 200조원 이상 더 풀었는데도 역성장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같은 시기 물가상승률은 돈이 풀린 것과 무관하게 0%대 행진을 지속했다.

이제 자산시장을 바라보면 지금의 물가가 허상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지난달 증시 예탁금은 사상 최대 수준인 60조원을 넘어섰다. 희소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신축 5년 내 아파트는 강남·강북할 것 없이 모두 2배 안팎으로 가격이 올라섰다.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희소한 자산부터 매진행렬이 시작된 셈이다.

집을 사두지 못해 이른바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은 조급하다. 하지만 정부는 주택정책이 지지율 하락의 근거가 되자 '부동산 사다리'를 걷어찼다. 집이 있건 없건 불안해진 이들은 연말부터 대안을 찾아 헤매다가 공모주와 배당주를 거쳐 결국엔 삼성전자를 사들였다. 5만원대던 주가는 두 달 만에 8만원대가 됐다.

누군가의 평가처럼 이 현상은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가 드디어 제값을 받기 시작한 것일까. 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못내 찜찜하고 더 불안한 것은 왜일까.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이 끝난 이후에 반드시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돈이 풀렸고, 위축된 소비가 폭발하기 시작하면 재화와 서비스값은 걷잡을 수 없이 뛰게 마련이다. 물론 남아도는 재화보다는 인건비가 뛸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각종 지원책으로 연명하던 좀비 기업들이 먼저 도산할 수 있다. 그리고 실업자와 빚으로 살던 개인들도 파산한다.

포스트 코로나는 또 다른 전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재정 및 금리정책 카드를 모두 탕진한 정부는 무엇으로 대항할 것인가. 그게 궁금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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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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