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나라 부채 4900조원, 이렇게 늘어도 되나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2021. 1. 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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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부채 4000조, 정부 900조원 가계 빚, GDP 대비 100% 넘어
위기 때 미·일보다 높은 수준, 부동산·주가 폭등은 시한폭탄
표 얻으려 돈 뿌리는 정치권, 지금이라도 인식 바꿔야 산다

국가에 부채가 너무 늘어나고 있다. 어려울 때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감당이 안 될 만큼 늘어나면 곧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가장 우려되는 가계 부채를 보자. 지난해 100조원가량 늘어나 1700조원에 이르렀다. 증가세도 문제지만 이렇게 늘어난 부채의 대부분이 부동산과 주식 투기에 사용되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역사가 숱하게 보여주었지만 참 둔감하다. 지금은 주가 3000 시대 희망을 말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위험을 걱정할 때이다. 동학개미라는 신종어의 어감도 불길하다. 1894년 동학군이 준비도 없이 무모하게 전장에 뛰어들었다가 10만명 이상이 몰살당한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자영업자 부채는 이미 도를 넘었다. 대표적인 도소매 음식 숙박업종을 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30만명 이상 줄었는데 부채는 40조원이 늘었다. 금년 3월까지 원리금 상환을 연장해주어 근근이 넘어가고 있지만 3월 이후는 어떻게 되나. 보궐선거와 맞물려 정치인들이 또 연장시켜 주겠지만 결국 폭탄의 위력만 커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여기에 일반 기업들 대출도 늘어나서 전체 민간 부채가 4000조원에 육박하고, 정부 부채 역시 900조원까지 치솟았다. 부채를 다 합치면 국민 1인당 1억원 수준이다.

부채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사회에 그리 큰 경각심이 없다. 지금 과다 부채는 우리만이 아닌 세계적인 현상이고, 또 우리는 정부 부채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과연 그럴까? 현재 우리 가계 부채는 GDP 대비 100%를 넘었다. 일본이 잃어버린 세월 기간 중 기록한 최고치 72%는 물론 미국이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시 기록한 98.6%도 앞지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작년 말 한국 민간 부채 위험 수준을 10년여 만에 최고 단계인 ‘경보’로 올렸다. 정부 부채 역시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경고한 GDP 46%에 거의 다다랐다.

5000조원 육박한 정부와 기업, 가계부채

부채가 지금처럼 늘어나면 어떻게 되나. 먼저 원리금 부담으로 소비와 투자 여력이 저하되어 경제 회복이 불가능해진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외환 위기 가능성이 축적된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모든 위험 가능성이 현실로 바뀐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시 과다 부채 국가들은 예외 없이 무너졌다. 1990년대 중반 러시아 국가 부도와 아시아 외환 위기, 2000년 남미 국가, 2000년대 중반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그리스 부도, 2010년대 중반에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이 위기를 맞았다.

그때가 오면 우리는 과거 외환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가계 부채의 힘으로 사상 최고로 폭등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은 시한폭탄이고, 작년 6월 이미 770조가 넘은 자영업자 부채는 감당 수준을 넘는다. 기업도 안전하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전체 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일본의 1.9%, OECD 평균 12%를 크게 넘는다. 그동안 기업 체질이 극도로 허약해졌다.

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경제 회복이 시급하지만, 기저 효과로 깜짝 반등은 가능할지 몰라도 근원적인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과다한 가계 부채, 재산세, 종부세, 건강보험료로 인해 소비 여력이 감소한 데다가 작년부터 본격화된 인구 절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자영업은 온라인 쇼핑 대세까지 겹쳐 희망이 안 보인다. 믿을 것은 수출이지만 일부 업종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그나마 환율 절상으로 채산성이 우려된다.

여러모로 우울한 가운데 금년도는 양극화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사회에 불안과 불만이 가득할 것 같다. 정치권은 표심 얻기 위해 또 돈 뿌리기 경쟁에 나서겠지만 재정이 언제까지 버텨줄 수는 없다. 지속성을 위해서는 기업이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기업 역시 피로감이 극에 달해있다. 직원 1명 고용하기가 무섭다고 하는 상황에서 경제 3법, 친노조법이 입법되고, 중대재해법도 추진되고 있으니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미국은 경제 조기 회복으로 금리 인상을 당초 2023년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데 우리 정치권은 위기의식이 너무 없다. “부채 좀 늘어나면 어때?” “재계의 하소연은 엄살”이라고 쉽게 생각하다가는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 회복기에 우리만 처지게 될 것은 물론이고, 자칫 진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제라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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