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43] 삶이 있는 한 희망도 있다

강헌 음악평론가 2021. 1. 4.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ABBA, (1980)
ABBA의 'Happy New Year'(1980).

제야의 종소리도, 새해맞이 해돋이 장관도 없이 신축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1953년 종전 직후 보신각루가 재건된 이후로 새해 0시 정각이면 어김없이 울리던 보신각종은 67년 만에 침묵했다. 다만 영어의 신세가 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자는 집권 여당 대표의 발언이 새해 벽두를 장식했을 뿐이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누구에게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건네지만 우리가 살아온 시간들은 그것이 얼마나 공허한 인사말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냉소적인 위트로 가득한 앰브로즈 비어스의 ‘악마의 사전'에서 ‘year’ 항목은 이렇게 설명한다. ’365개의 실망으로 점철되는 기간.’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해의 기원을 율리우스력에 기반한 1월 1일 0시로 합의해 가고 있지만 나라마다 민족마다 새해의 기준은 여전히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음력 1월 1일을 진정한 첫날로 간주하는 전통적인 믿음을 갖고 있으며 24절기력으로는 음력 설과 가까운 입춘 날을 새해의 시작으로 본다.

지구의 공전주기상으로는 가장 긴 밤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동양의 개념으로는 음의 극단에서 양으로 전환하는 동짓날(서양의 크리스마스와 거의 가까운 날이다)을 새해의 시작으로 간주하려는 시각은 동서양 모두에 골고루 퍼져 있다.

1980년의 해가 저물 무렵 스웨덴의 혼성 그룹 아바는 ‘Happy New Year’<<b>사진>를 발표했다. 선율은 생기발랄하고 리듬은 흥겹지만 이들이 정작 전하는 메시지는 신중을 넘어 조금 고단하다.

‘… 우리가 전에 품었던 꿈들은 모두 죽었고/ 바닥에 떨어진 색종이 조각보다 나을 게 없어/ 앞으로 또 다른 십 년 동안/ 저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찾을 수 있는지 어느 누가 말할 수 있으리? …’

2000여 년 전 로마의 웅변가 키케로는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말했지만 그는 양부의 야망을 물려받은 옥타비아누스로부터 공화정을 지켜내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그래도 아바는 후렴에서 외친다. 희망을 갖자고, 그리고 갖은 노력을 해보자고.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