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 싶은 선물과 받고 싶은 선물의 괴리.. 그래서 현금이 최고?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21. 1.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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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선물의 경제학
/사진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은 가난한 부부의 사랑을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내는 자신의 소중한 머리카락을 잘라 판 돈으로 남편의 시곗줄을, 남편은 시계 판 돈으로 아내를 위해 빗을 샀다. 서로에게 더는 쓸모가 없는 선물을 준 셈이나, 부부는 서로 사랑을 새삼 확인한다.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일까. 문학적으론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이 이야기는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행위의 근원적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선물이란 마음을 표현하고자 내가 가진 자원의 일부를 남에게 주는 행위다. 얼마만큼, 그리고 어떻게 주는지가 효율성을 결정한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원을 타인에게 아무 대가 없이 주는 행위는 ‘희생’이다. ‘나’는 기꺼이 하는 일이고 이를 통해 행복을 느끼지만, 선물을 받는 사람의 마음은 다를 수 있다. 소설 속 부부는 서로에게 줄 자원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선물을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다만 이는 상대방이 원치 않는 방식이다. 머리를 자르거나 소중한 시계를 내다 팔아 마련한 선물을 받아서 느끼는 감정은 행복보다 부담에 가깝지 않을까.

경제학적으로 더 관심이 가는 문제는 ‘어떻게’이다. 각자 소중한 것을 처분해 마련한 선물은 이미 상대방에게 필요가 없다. 현실이라면 소설 속의 해피엔딩보다 “아니 머리가 왜 그래?” “빗을 산다고 시계를 팔아?” 같은 부부 싸움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주고 싶은 선물 받고 싶은 선물

받는 자와 주는 자 간의 ‘최적의 선물’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주고 싶은 선물’로 현금을 꼽은 비율(복수 응답)은 27%로 10개 항목 중 7위였지만, ‘받고 싶은 선물’이 현금인 비율은 43%로 1위였다. 장난감을 주겠다는 비율은 40%, 받고 싶은 비율은 14%였고 인테리어 소품을 선물하고 싶은 이는 24%지만 받고 싶은 이는 15%였다.

선물의 ‘미스매치’는 때로 받는 이에게 스트레스다. 술 못 마시는 이에겐 와인이 달갑지 않고, 피부와 안 맞는 화장품은 아무리 비싸도 무용지물이다. 조엘 월드포겔 미네소타대 교수(경제학)는 달갑지 않은 선물로 인해 생기는 경제적 손실을 계산했다. 선물로 받은 물건을 위해 치를 수 있는 금액과 선물의 실제 가치를 비교했더니, 명절 선물을 물건으로 주고받아 생기는 손실이 선물 가치의 10~30%에 이르렀다. 월드포겔 교수의 결론은 이렇다. “선물은 현금이 가장 효율적이다.”

오 헨리의 소설로 돌아가, 경제학적으로 따져보면 부부가 머리카락과 시계를 판 현금을 ‘돈 봉투’에 넣어 선물로 주고 각자 필요한 물건을 사는 편이 최선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세뱃돈이란 한국의 설 풍속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인 혁신적 세시 풍속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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