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베토벤.. 생일 잔치는 올해도 계속되니까!

김성현 기자 2021. 1.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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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계 네 가지 트렌드
작년 취소된 공연은 올해로 이월
100명 무대는 사라지고 홀로 연주
명확한 날짜 없이 '추후 공지'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왼쪽부터)와 랑랑, 이탈리아 작가 다리오 감바린이 밀밭에 트랙터로 만든 베토벤 초상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피아니스트 이고어 레비트. /유니버설뮤직 코리아·소니뮤직 코리아

2021년 공연계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시계(視界) 제로’ 살얼음판. 하지만 올해 예정된 공연 캘린더를 차근차근 넘기다 보면 네 가지 트렌드가 보인다. 올해의 클래식 음악계를 네 가지 단어로 정리한다.

1)생일 잔치=지난해 악성(樂聖)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을 맞아서 지구촌에서 성대한 기념 공연을 마련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줄줄이 취소되고 말았다. 송년 단골 레퍼토리인 ‘합창’ 교향곡마저 사람의 목소리가 비말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불행 중 다행이라고 베토벤 생일 잔치는 올해도 계속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명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이틀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연주할 예정(9월 18~19일 예술의전당).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100주년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해서 주목받았던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4)의 독주회도 잡혀 있다(5월 16일 예술의전당). 금호아트홀 연세에서도 ‘베토벤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다섯 차례 시리즈 연주회가 열린다.

2)이월(移越) 공연=계절이 바뀔 적마다 매장에서 이월 상품이 쏟아지지만, 공연장에도 ‘이월 연주회’가 생길 줄은 몰랐다. 피아니스트 랑랑(12월 10일 예술의전당)과 로버트 레빈(11월 11일 금호아트홀 연세) 등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취소된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 무대도 고스란히 이월됐다. 지난해 독주회와 협연 등 다양한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대부분 취소됐던 피아니스트 김선욱도 이달 11일(독주회)과 19일(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반주) 롯데콘서트홀에서 ‘밀린 연주회’에 재도전한다.

피아니스트 랑랑

3)경박단소(輕薄短小)=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는 클래식 무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작곡가 말러와 쇼스타코비치 등 단원 100명 가까이 필요한 블록버스터 관현악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에 바로크 음악이나 모차르트처럼 단출한 편성의 공연들이 두드러진다. 아예 무대에서 홀로 연주하는 무반주 공연도 적지 않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연주회(5월 31일 롯데콘서트홀), 알바니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테디 파파브라미도 무반주 독주회를 연다(4월 22일 금호아트홀 연세).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크레디아

4)’추후 공지'=클래식 공연계는 2~3년 전부터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거꾸로 서울시향처럼 3~4개월 단위로 짧게 끊어서 연주회 일정을 공지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여파로 명확한 날짜와 곡목을 잡지 않고 여지를 남기는 ‘추후 공지’도 적지 않다. 지난해 연주회가 임박해서 취소된 경우가 워낙 많았던 탓에 공연계에 생겨난 슬픈 ‘학습 효과’다. 음악 칼럼니스트 한정호씨는 “올해도 세계 클래식 음악계는 과도기적 상황이며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정상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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