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플라스틱에 예술을 담으면?
시민들이 모은 플라스틱 뚜껑을 그림 재료로 활용
[앵커]
요즘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비닐을 제외하고도 하루 평균 850톤에 이릅니다.
편해서 안 쓸 수 없지만 착잡한 마음이 들게 하는 플라스틱,
이 플라스틱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이승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어린이 창작 놀이터에 곰들이 놀러 왔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같이 여행 가자고 말하는 듯합니다.
가까이서 보면 작품 재료에 깜짝 놀랍니다.
플라스틱 빨대입니다.
[방지은 /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주임 : 일상에서 만났던 재료를 예술 활동 재료로 쓰인다는 게 본인(아이들)에게 새로운 감각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플라스틱 빨대와 스티로폼 등의 인공물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쉽게 버려지던 빨대를 본 뒤였습니다.
쉴새없는 손끝에서 빨대가 자연의 모습으로 거듭납니다.
[정찬부 / 조형예술가 : 사물의 용도가 다 됐다는 게 무엇인가, 약간 애잔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작가의 시선으로 재료로서 작업을 하면 또 다른 생명력을 획득하지 않나….]
[<플라스틱 블루>展, 최승윤, 소노아트, 1월 16일까지]
파란 형상이 흘러내리는 것 같기도 하고, 굴뚝 연기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건 페트병 뚜껑 조각입니다.
환경단체가 만든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왔습니다.
시민들이 모은 플라스틱 뚜껑을 빻아 치약짜개 같은 유용한 도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페트병은 재활용이 되지만 뚜껑 같은 작은 조각은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김자연 / 서울환경연합 프로젝트 매니저 : 총 4천 분이 모으셨고, 3월에 시작하는 시즌 3은 대기인원이 한 3만5천 분 정도 되세요.]
작가는 이렇게 만든 조각을 갈아 물감과 섞었습니다.
[최승윤 / 화가 : 코로나를 기록하는 전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급격하게 늘어나는 플라스틱에 대한 전시를 하면 코로나 시대를 좀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예술가들의 창의력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욱 절실해진 생명과 물질의 올바른 관계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YTN 이승은[se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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