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4G 통신망 설치' 계획에 천문학계 속앓이 왜?

이정호 기자 2021. 1. 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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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2024년에 인류 재착륙"
'무선 주파수 간섭' 발생 가능성에
지구 전파망원경 성능 저하 우려

[경향신문]

달 기지 건설을 위해 작업 중인 우주비행사들 활동을 그린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비행사들이 작업 중 동료와 데이터를 주고받고 로봇을 제어할 수 있도록 월면에 통신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NASA 제공

달에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을 설치하기로 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계획이 천문학 연구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파 관련 장비의 운용을 방해하는 일종의 잡음인 ‘무선 주파수 간섭(RFI)’이 발생해 지구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의 성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주 에마 알렉산더 영국 맨체스터대 천체물리학과 연구원은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을 통해 달 기지에 설치될 4G 장비가 전파망원경의 관측 능력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RFI는 휴대전화와 전자레인지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서 방출되는데, 이 때문에 많은 전파망원경이 도심을 벗어나 건설된다. 그런데 지구의 머리 위에 고정된 달에서 RFI가 날아든다면 전파망원경은 꼼짝없이 RFI에 상시 노출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걱정은 NASA의 야심찬 계획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10월 NASA는 노키아를 달 최초의 통신망 구축 사업자로 선정했다. 인류를 2024년까지 달에 복귀시키고 상주 가능한 우주기지를 짓는다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부다. 2022년 4G 기지국을 달에 설치한 뒤 기술 안정화 단계를 거쳐 향후 5G도 도입할 예정이다. 달에 도착한 우주비행사들이 데이터를 주고받고, 기지 건설을 위해 로봇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통신망이 필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천문학계는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관측 방해 요인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다만 미국 과학계에선 이달 들어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무리하게 짜였다는 지적이 많은 ‘2024년 달 착륙’을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신망 구축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달을 우주개발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미국의 큰 그림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될 거라는 게 중론이다. RFI를 방어할 대책 마련이 절실해지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우주 활용 때문에 천문학계가 긴장하는 일은 지난해 초에도 발생했다. 스페이스X가 지구 저궤도에 1만2000여개를 띄울 예정인 우주 인터넷용 인공위성 때문이다. 대양과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다. 현재 위성 수백기가 우주에 올라갔는데, 밤하늘에서 지나치게 밝게 빛나며 광학망원경을 혼란스럽게 하는 복병이 되고 있다.

김한택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구에서 3만6000㎞ 고도를 도는 정지궤도 위성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하지만 달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고 나면 이를 제어하기 위해 관련 국제법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연구원은 “전파천문학 연구를 위해 민간기업의 호의에 의존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우주가 상업화되는 시점에서 천문학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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