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빙산과 정면충돌 일단 피한 펭귄들 '휴~우'
'제주도의 2.8배' 세계 최대 빙산
남극 바다 떠돌다 4개로 쪼개져
[경향신문]
남극 바다의 외딴섬인 사우스조지아섬에서 떼죽음 위기에 놓여 있던 펭귄과 바다표범들이 ‘구사일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섬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던 거대 빙산 ‘A68’이 최근 여러 개로 쪼개졌고, 정면충돌도 일단 피했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수일 안에 사우스조지아섬 야생동물의 운명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 영국 매체 가디언은 해양과학계의 분석을 인용해 영국령 사우스조지아섬을 향하던 거대 빙산 A68이 최근 잇따라 조각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7년 7월 남극에서 떨어져 나온 A68은 세계 최대 빙산으로, 바다에서 부유하다 지난해 하반기 사우스조지아섬과 충돌이 예상되는 경로에 들어섰다. 그러다 지난달 하순 들어 빙산이 쪼개지더니 같은 달 22일까지 모두 4개로 분리됐다. 쪼개진 빙산들은 크게 흩어지지 않고 대체로 모여 있지만, 전체 면적은 줄었다. 지난해 4월 기준 빙산의 면적은 제주도의 2.8배에 이르는 5100㎢에 달했지만 현재는 이보다 30%가 작아졌다.
빙산이 정말 사우스조지아섬에 부딪칠지도 이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A68 빙산은 지난달 10일 사우스조지아섬 150㎞까지 접근하면서 새해가 오기 전 충돌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부터 방향을 살짝 바꿔 지금은 섬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섬 근처의 조류 때문에 일단 정면충돌은 모면한 것이다.
과학계는 빙산이 사우스조지아섬 해안을 덮쳤을 때 일어날 가장 큰 문제로 섬에 사는 펭귄과 바다표범이 먹이를 잡기 위해 이동하던 경로가 막히게 된다는 점을 지목한다. 제라인트 타링 영국 남극협회 생태학자는 지난주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를 통해 “물고기를 찾으려고 걷는 거리는 상당히 중요하다”며 “먼 우회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제때 먹이를 공급받지 못한 새끼들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빙산의 기세가 꺾인 덕에 섬에 사는 야생동물들이 목숨을 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영국 과학계는 수일 안에 빙산의 최종 경로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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