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도 등 돌린 트럼프의 임기말 '몽니'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1. 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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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상원
국방수권법 압도적 재의결
트럼프의 거부권 첫 무력화
재난지원 증액 요구도 거부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상원이 재의결해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 이어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공화당은 좌충우돌식의 국정운영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었지만 임기 말 나온 몽니에는 선을 그었다.

미 상원은 새해 첫날인 1일(현지시간) 국방수권법을 찬성 81표 대 반대 13표로 재의결했다. 116대 의회 임기 종료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공화당 1인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우리는 이 입법을 59년 연속해왔다”면서 “어떻게 해서든 60번째 국방수권법을 이번 의회 임기 종료 전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재의결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국방수권법에 행사한 거부권은 무위로 돌아갔다. 국방수권법은 7400억달러(약 805조원) 규모의 미 국방 예산을 담고 있으며, 주한미군을 현행 2만85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총 9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의회가 무력화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은 “의회는 거부권을 무효로 하기 위한 압도적 표결로 트럼프 대통령 집권 말기에 굴욕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린든 존슨 전 대통령(1963~1969년 재임) 이후 처음으로 거부권이 한번도 무력화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쥘 뻔했지만 무산됐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1인당 600달러인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2000달러로 올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대선 불복의 미련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 의회는 오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어 각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승인할 예정인데 공화당 의원들을 동원해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테드 크루즈 등 상원의원 11명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 승인을 거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매코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동료 의원들에게 의회에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근거 없는 ‘선거사기’ 주장에 동조했다가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이 하원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임기 말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골칫거리가 된 모습이다. 끝없는 몽니와 음모론에 동조하려니 후유증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퇴임 후에도 핵심 지지층을 기반으로 당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큰 그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게 공화당의 처지다. 당장 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2석 결선투표에 승리해 공화당이 상원의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향해 전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이거나 복수를 감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 “공화당을 불태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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