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다, 직장을 잃었다
[경향신문]
2021년을 해고자가 돼 맞은 노동자들이 있다.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지난 연말 하청업체가 변경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는 업체 변경 시 기존 고용 승계를 권고하지만, 회사는 노조 설립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울산 동강병원에서 직원들과 환자들의 식사를 담당해온 최귀혜씨(51)도 새해 첫날 해고자가 됐다. 최씨는 이 병원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14년간 같은 일을 해왔다. 하지만 병원 측은 지난 연말 하청업체 소속 조리사 28명 전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하청업체 변경이 이유였다.
최씨의 소속 업체는 지난 2년6개월간 4차례 바뀌었지만, 고용이 승계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존 노동자들이 일에 익숙한 데다 근속에 관계없이 최저임금만 받고 있어, 새 업체도 이들을 고용하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업체가 조리원을 80%가량 채용했다며 병원 측이 지난달 28일 고용 승계 불가를 통보해왔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 노조를 만든 것이 계약해지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세 자녀를 홀로 키우는 최씨는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그는 “최저임금을 받아도 내 일에 자부심 가지고 살았다.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고용만 승계해달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동강병원 조리원들은 해고에 반발해 휴일인 1월1일에도 출근, 연휴를 병원에서 보냈다.
LG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들도 건물 로비 농성장에서 새해를 맞았다. LG트윈타워를 관리하는 LG그룹 계열사 ‘에스엔아이코퍼레이션’은 하청업체 계약 변경을 이유로 지난해 말 청소노동자 80여명과 계약을 종료했다. 이들 역시 2019년 10월 노조 설립이 계약 해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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