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 사면론' 반발 커지자..민주당 "당사자 반성이 중요"

박용하 기자 2021. 1.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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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 대다수 신중론에 힘 빠진 이낙연 대표 '후퇴'
'청 부담 덜기 위한 제안' 해석도..'공'은 이제 청와대로

[경향신문]

휴일 비공개 최고위 마친 이 대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의 사면과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3일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 사면 문제에 대해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다”며 국민과 당원들 의견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대표가 새해 벽두 제기한 사면론을 두고 당원과 강성 지지층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사실상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면의 추진은 청와대 결단에 달리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로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고 새해 입법 현안과 함께 ‘사면론’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최고위는 “사면의 경우 국민들의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도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최인호 수석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와 두 전직 대통령의 반성을 사면 조건으로 걸었다는 점에서 사면 추진은 사실상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사과가 전제돼야 사면 건의를 하느냐’는 질문에 “(반성이) 중요하다고 (당 발표에) 돼 있다”면서 일단 오는 14일 대법원의 박씨의 재상고심 판결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논란을 더 이상 키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 관계자는 “사면 추진을 위한 의견 청취나 대통령 건의도 당장은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선 최고위원 대다수가 사면에 신중론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으로 대표되는 ‘통합’만 강조하면 안 된다며 “촛불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하는 데 공감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방민경’(방역·민생·경제)에 집중할 시기에 사면 논란이 여권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면론이 제기된 뒤 민주당 내에선 이견이 분출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내 조율 없이 사면론을 던진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최고위는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 발언은 국민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반목과 대결의 진영정치를 뛰어넘어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가야 한다”며 “그런 저의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면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답했다. 사면 논란이 대통령에게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위의 결정 뒤 일각에선 이 대표 측의 ‘승부수’가 실패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정치권 안팎에선 사면론이 성공할 경우 이 대표가 대권 후보로서의 존재감도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초 시일을 정해 추진하겠다고 말한 건 아니었기에 오늘 결론이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권 내에서는 이 대표의 사면론이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로 나온 만큼,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전 청와대 대변인)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운명”이라며 “민주당의 어떤 대표든 이 문제를 대통령의 짐으로 떠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사면 추진의 ‘공’은 청와대에 돌아가게 됐다. 청와대는 아직까진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나, 여권 일각에선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전후해 사면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면이 자칫 지지층 균열로 이어져 국정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 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5대 중대 부패’ 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점 등에서 청와대의 고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내에선 통합을 위한 다른 선택지로 대통령·여야 대표 회담이나 여·야·정 협의체 가동, 상임위원장 재분배, 탕평 인사 등도 거론된다. 이 대표는 이날 “사면은 통합의 방법 중 일부”라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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