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 크리스티 앤더슨 [서양호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온 나라가 잠시 멈췄다. 거리 두기로 가게 문이 닫히고, 일자리를 잃고, 월급조차 멈춰버린 사람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국민 희생을 바탕으로 K방역은 코로나19 위기를 간신히 버텨내고 있다. 방역으로 인한 재난의 피해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그렇다면 지금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정치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미국의 정치사 분석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게 한다. 소수 지역정당에 불과하던 민주당이 대공황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국민들 다수의 지지와 ‘정당 일체감’을 조직해 30년 넘는 다수파 연합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정치 분석·연구서다. 연구서라 조금 건조하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90년 전 미국의 경제적 위기 및 정치 상황과 맞물려 시의성 있는 읽기가 가능하다. 1932년 경제 대공황에 대한 심판론으로 집권하게 된 루스벨트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한 경제회복,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취약계층에 대한 연금 혜택을 핵심으로 하는 ‘뉴딜’ 프로젝트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그 결과 “대공황의 폐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사회·경제적 약자들, ‘잊힌 사람들’의 삶을 보살피는 정책을 통해 이들의 안정적 지지를 얻음으로써” 장기간 지속되는 ‘뉴딜 다수파 연합’이 만들어졌다. 기존 정치가 담아내지 못하고 투표하지 않던 ‘그림자 유권자’였던 도시 노동자와 빈곤층, 이민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에 대한 지원, 전 국민 고용보험, 기본소득,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전환 등 위기를 기회로 만들 새로운 상상력이 절실하다.
옮긴이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서양호 | 서울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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