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사진〉 폭포는 비명을 삼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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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은 한 사람이 태어나 노인이 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2020에서 72를 빼면 산출되는 그해에 제주에서는 사람들이 죽었다.
역사는 우리와 무관한 무균실 안의 일처럼 느껴지곤 하지만 제주 4·3과 현재 사이에는 이제 72세가 된 노인 한 명이 있을 뿐이다.
세월의 빠른 속도에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한 노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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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은 한 사람이 태어나 노인이 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2020에서 72를 빼면 산출되는 그해에 제주에서는 사람들이 죽었다. 많이, 너무 많이 죽었다. 역사는 우리와 무관한 무균실 안의 일처럼 느껴지곤 하지만 제주 4·3과 현재 사이에는 이제 72세가 된 노인 한 명이 있을 뿐이다. 세월의 빠른 속도에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한 노인이.
2020년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재난영화 같았는데 내년엔 다시 현재다운 현재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예측 밖의 또 다른 미래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란 걸 잘 안다. 미래로 나아가는 이곳에서 살짝 뒤를 돌아본다. 내 뒤에 서 있던 노인의 어깨 너머로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사람들이 있다. 많이, 너무 많이 보인다. 기억해야 존재하는 풍경 속에.
사진 성남훈·글 조해진(소설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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