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사진〉 폭포는 비명을 삼키고..

사진 성남훈·글 조해진 2021. 1. 3. 20: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72년은 한 사람이 태어나 노인이 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2020에서 72를 빼면 산출되는 그해에 제주에서는 사람들이 죽었다.

역사는 우리와 무관한 무균실 안의 일처럼 느껴지곤 하지만 제주 4·3과 현재 사이에는 이제 72세가 된 노인 한 명이 있을 뿐이다.

세월의 빠른 속도에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한 노인이.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남훈1948년 제주도의 4·3사건 때 7년7개월 동안 3만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되었다. 비록 반세기가 지나 진상은 규명되었으나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분단국가에서 유가족과 희생자들이 입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의 모습.

72년은 한 사람이 태어나 노인이 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2020에서 72를 빼면 산출되는 그해에 제주에서는 사람들이 죽었다. 많이, 너무 많이 죽었다. 역사는 우리와 무관한 무균실 안의 일처럼 느껴지곤 하지만 제주 4·3과 현재 사이에는 이제 72세가 된 노인 한 명이 있을 뿐이다. 세월의 빠른 속도에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한 노인이.

2020년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재난영화 같았는데 내년엔 다시 현재다운 현재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예측 밖의 또 다른 미래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란 걸 잘 안다. 미래로 나아가는 이곳에서 살짝 뒤를 돌아본다. 내 뒤에 서 있던 노인의 어깨 너머로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사람들이 있다. 많이, 너무 많이 보인다. 기억해야 존재하는 풍경 속에.  

ⓒ성남훈국민관광지 정방폭포에서는 줄줄이 사람을 묶어놓고 총으로 쏴 떨어뜨리거나 발로 걷어차서 떨어뜨려 죽였다. 폭포는 비명을 삼키고 바다는 피로 물들었다.

사진 성남훈·글 조해진(소설가) editor@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www.sisain.co.kr) - [ 시사IN 구독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