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근 칼럼] 한국조선업, 虎視牛步 기대한다

차상근 2021. 1. 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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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 산업부장
차상근 산업부장

코로나19 팬데믹으로만 기억될 뻔한 2020년 한 해, 한국 산업계에서 그나마 드라마틱한 장면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조선산업의 부활이다.한국 조선업은 지난해 상반기에 37척, 118만CGT(수정환산톤수)를 수주했다. 2019년 상반기 92척의 절반 이하, 2018년 상반기 150척과 비교하면 '반의 반'도 안 될 정도로 부진했다. 반면 경쟁상대 중국은 145척, 351만CGT를 수주하며 CGT 기준 전세계 물량(575만CGT)의 61%를 차지했다.

이랬던 한국 조선업이 몇 달 뒤인 11~12월 두 달간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로만 110억달러(약 12조원)의 수주 잭팟을 터뜨렸다. 이는 3사의 지난해 총 수주실적 209억1000만달러의 절반을 넘는다. 막판 스퍼트에 힘입어 '빅3'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률도 각각 91%,75%,65%를 달성해 당초 예상했던 60~70%선을 훌쩍 넘었다.

연말의 극적 반전은 척당 2000억원대인 고부가가치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컨테이너선 등의 수주가 이끌었다. 특히 LNG선의 대규모 수주 배경에는 해양선박에 대한 국제사회의 저탄소 환경규제 외에도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 경쟁력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가 회복 등의 기대감도 충만하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한국을 추월해 세계 1위 조선국이 됐다. 세계 최대 무역국의 이점을 살려 자국 조선소가 만든 선박으로 자국 물동량을 운송한다는 이른바 '국수국조'(國輸國造)정책을 추진하면서 조선굴기(造船屈起)를 가볍게 이뤄냈다. LNG추진 선박 부문에서도 우리를 한발 앞섰다. 중국 국영 후둥중화조선은 2017년 9월 프랑스 CMA CGM사로부터 LNG추진선을 수주하면서 가뜩이나 힘든 한국 조선업계를 더욱 궁지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반전의 기회는 왔다. 현대삼호중공업이 2018년 4월 싱가포르 EPS사로부터 LNG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해 지난해 9월 인도까지 마친 반면 후둥중화조선은 기술적 문제로 1년 이상 납기를 못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선사의 막대한 금전적 손실은 물론 중국 조선업계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졌다. 앞서 2018년 6월 후둥중화가 건조한 LNG선 글래드스톤호가 호주 해상에서 엔진고장으로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한 것도 중국 LNG선 건조기술에 대한 불신을 더했다.

한국의 빅3 조선사가 최대 경쟁사보다 상대적 기술 우위를 인정받으며 릴레이 수주전을 펼친 이번 'LNG선 대전'의 결과는 향후 고부가가치 조선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0척, 약 20조원 시장이었던 LNG선 신조시장 규모는 2024년 600척(약 130조원), 2029년 3000척(약 70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탄소배출 규제 추세에 맞춰 '천연가스 황금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덕분이다. 당장 내년에도 러시아와 카타르 등 천연가스 대국들의 대규모 LNG선 발주가 예정돼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K-브랜드'로 사실상 처음 세계시장 1위 업종이 됐던 조선업은 지난 10여년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 여파로 많은 전후방 산업체가 도산했고 우리 경제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이전에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조선강국 일본을 넘었다가 후발주자 중국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던 뼈아픈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저가 수주경쟁, 기술 및 인력 유출 등 10여년 전 아픈 기억까지 다시 되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선 산업은 대표적 중후장대형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스마트'도 더해져야 한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탄소규제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다. 막대한 LNG선 시장도 새로운 기후변화 환경에 누가 더 기술개발에서 앞서 가느냐에 따라 작년 두 달과 같은 성과를 내느냐 못하느냐가 갈린다. 소띠의 해에 본격 도약대에 오른 한국 조선업이 소처럼 신중하면서도 호랑이의 예리한 눈매를 번득였으면 한다.

차상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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