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동의 없는 '이·박 사면' 논의, 더는 없어야

한겨레 2021. 1. 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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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이 논란을 부르자 민주당이 진화에 나섰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국민이 반길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건 이 대표가 오판한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깊은 뜻'으로 이 대표의 사면론을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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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논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열린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이 논란을 부르자 민주당이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휴일인 3일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대표도 “일단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겠다”고 밝혔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이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으로 국민통합 이미지를 선점하고,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사면론으로 민심을 얻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국민이 반길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건 이 대표가 오판한 것이다. 태극기 부대 등 일각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두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한 적이 없다는 걸 아는 다수 국민은 공학적 사면론에 되레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촛불민심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촛불민심 배반론’을 제기하고,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적반하장식 행태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오는 14일로 예정된 만큼, 이 대표는 설 특사를 고려해 미리 여론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깊은 뜻’으로 이 대표의 사면론을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민 동의 없는 인위적 분위기 조성은 이번에도 확인되듯 언제나 역효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대법원의 형 확정을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사면한다면 사법부의 판결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문 대통령이 나서 당당히 국민을 설득하는 게 정석이다. 이 대표는 소모적 논란을 불러올 ‘사면 바람 잡기’보다 시급한 현안 해결에 집중하고 그 성과로 민심을 얻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응, 경제난 해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여당 대표이자 정치지도자로 해야 할이 산적했다. 공학적 계산을 앞세워 허투루 에너지를 소모하고 국론을 분열시킨다면 민주당원은 물론 국민으로부터도 외면당할 수 있다는 걸 이 대표는 똑바로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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