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가 된 개미 '주가 3000시대' 연다

문지웅 2021. 1.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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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작년에만 47조 순매수
현재 주식매수 대기자금도
예탁금·CMA 합쳐 120조
"코스피 더 뛸 여력 충분"

◆ 2021 신년기획 Rebuild 한국증시 ① ◆

경북 청도군 이서면에서 `새마을`이라는 이름의 싸움소가 2021년 소띠 해를 맞아 두 뿔을 힘차게 휘두르고 있다. 황소는 주가 상승의 상징이다. 지난해 한국 증시는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넉넉한 증시 대기자금과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에 올해 코스피 3000시대를 활짝 열 것으로 기대된다. [이충우 기자]
한국 증시 3000시대를 이끌 첫 번째 동력으로 개인투자자의 막대한 뭉칫돈이 꼽힌다. '동학개미운동' 원년으로 기록된 지난해부터 개인 자산 포트폴리오의 대변화를 보여주는 신호가 포착됐다.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무려 47조4905억원에 달했다. 이게 얼마나 큰돈일까. 코스피가 2000을 처음 돌파한 시점은 2007년 7월 25일. 그 후 13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코스피는 3000선을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2007~2019년 개인투자자들은 47조25억원을 순매도(13년간 누적)하면서 지루한 2000선을 이어간 '박스피' 장세에 일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개인들은 한 해에만 47조원을 순매수해 코스피를 2873.47까지 끌어올리며 자본시장 역사를 새로 썼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코스피의 연간 상승률은 30.75%로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처럼 코로나19 와중에도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3000시대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은 동학개미의 '스마트 자금 대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지난 수십 년간 예금과 부동산 위주로 자산을 배분했던 개인들이 역사상 가장 많은 자금을 지난해 증시에 토해내며 자산 배분 전략을 대대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다. 개인 자금이 증시로 대거 이동한 것은 전통적 금융자산인 은행 예금이 더 이상 부의 축적 수단으로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012년 3.71%에서 지난해 11월 말 1.02%까지 곤두박질쳤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0.6~0.8%로 1%를 밑돌고 있다. 부동산 규제 강화도 개인의 증시 발걸음을 재촉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개인 자금의 증시 유입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작년 말 65조6000억원에 이른다. 개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58조4000억원이나 된다. 합치면 124조원의 자금이 삼성전자 LG화학 네이버 등 국내 주식 매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잠자고 있는 50조원 이상의 자금도 국내 증시로 더 빨리 유입될 수 있다. 다만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전선이 느슨해진 점은 변수로 꼽힌다. 다른 선진국들의 백신 보급 속도가 빨라 집단면역 체계가 형성되고 경제가 반등한다면 동학개미들이 서학개미로 돌아설 개연성이 있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개인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높았지만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수십조 원 매수하면서 변화가 생겼다"며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고 기업 실적 개선과 주주 중시 경영이 가속화된다면 개인의 머니 무브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지웅 기자]


年50조 몰고오는 개미들…예금·부동산 대신 증시로 '자금 대이동'

코스피 3000시대 이끌 개인들, 동학개미 시즌2 예고

가계 주식·펀드투자 극적 변화
2019년 2분기 증시자금 2.8조
작년은 21조로 660% 급증
예금 1년새 1조원 이상 줄어

개인투자자, 13년간 판 만큼
1년간 사들여 박스피 탈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47조4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가 2000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던 2007년부터 2019년까지 47조원을 순매도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의 각성은 코로나19 이후 코스피가 주요국 중 가장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개인 자금의 대규모 증시 유입은 100조원이 넘는 증시 주변 대기 자금 규모와 올해 상장 기업들의 가파른 이익 회복 등 여건을 고려할 때 코스피 3000시대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과 기관에 번번이 졌다고 평가받는 개인이 지난해 한판승을 거뒀다는 역사적 경험은 앞으로 한국 증시의 질적 성장과 변화를 가져올 핵심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시작된 개인 자금의 대이동이 수십 년간 지속된 가계 자산 구성에 극적인 변화를 이끌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국내 가계 자산 중 76.4%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쏠렸다. 저축, 주식, 펀드 등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3.6%에 불과하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0년 조사 결과를 봐도 부동산 비중은 75.8%, 금융자산 비중 비중은 21.4%로 그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2007년 7월 2000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1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2010년 12월 2000을 돌파했다. 그리고 등락을 반복하다가 2019년 말 2197.67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박스피에 갇혀 있는 동안 가계와 개인의 자금 이동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인·가계 자금의 머니무브와 투자 자산 구성 변화는 지난해 1분기부터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가계의 총운용자금 60조5000억원 중 주식·펀드는 -5조4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분기 81조8000억원 중 3조2000억원으로 급격한 반전을 이뤘다. 지난해 1분기 20조5000억원에 이르는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가 통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분기 중 주식·펀드 투자는 2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2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660% 급증했다. 가계·개인 자산의 머니무브가 통계로 증명되는 순간이다.

저금리와 부동산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도 증시 3000시대를 여는 머니무브를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우대금리를 받지 않으면 연 1%를 받기 어렵다. 은행에 돈을 맡겨서는 더 이상 부를 축적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은행 예·적금으로 목돈을 만들어 내 집 마련에 나서던 기존 자산 형성 과정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과거 가계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며 가계 자산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부동산은 자산 가격 급상승과 대출 규제로 자산 형성·축적 수단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019년 말 8억2700만원에서 지난해 말 8억93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말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평균매매가가 10억원이 넘는 곳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4곳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종로구, 광진구, 마포구까지 가세하며 7곳으로 늘었다.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20%에 그친다. 15억원이 넘으면 은행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살 수 없는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주식 투자가 단기 차익을 노린 '매매(트레이딩)'가 아니라 국내 산업 발전과 성장을 이끄는 기업의 주주가 된다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개인 자금 대이동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30~40% 늘어날 전망인 데다 기업도 환경·책임·투명경영(ESG) 강화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는 점에서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저금리와 맞물리며 증시 자금 유입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국내 증시 러브콜에 동학개미운동 시즌2의 수급 컬래버레이션(협력)이 중장기적으로 추세화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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