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없는 기업, 투자유치·장기성장도 없다 [친환경시장 활짝]

파이낸셜뉴스 2021. 1. 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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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SG 경제 전환 시작됐다
국내 ESG펀드·채권시장 가파른 성장
'큰손' 국민연금, 자산 절반을 ESG로
기관투자가도 운용자산 편입 적극적
"단기적 재무 마이너스 부담" 지적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경영은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특히 '한국이 최대 탄소배출국'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정부는 기후환경, 사회적책임투자(SRI)와 관련해 강력한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ESG가 고려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투자유치는 물론 기업의 장기적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정부가 ESG 투자 및 경영을 하는 기관투자가,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규제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ESG 투자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SG 투자는 지난 2006년 유엔의 책임투자원칙(PRI) 발표 후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PRI 서명기관 수는 2006년만 해도 63개에 불과했지만 2020년 3000개를 넘어섰고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은 6조5000억달러에서 103조4000억달러로 16배가량 늘었다.

국내 ESG 투자는 초기 단계지만 성장 속도는 빠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SG 공모펀드는 2005년까지 1개(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 펀드)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내 ESG펀드는 2020년 10월 말 46개, 펀드 순자산 1조1211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ESG 펀드는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며 "지배구조에 대한 프리미엄은 꾸준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ESG채권 발행 시장 덩치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원화 ESG채권 발행액(1~9월)은 48조4000억원으로 지난 2019년 발행액 27조4000억원을 이미 넘었다. 2018년 연간 ESG 채권 발행액이 1조3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는 상당히 가파르다.

■ESG로 바쁜 연기금·신평사·회계업계

ESG 투자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기업, 연기금, 신용평가 및 회계업계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무엇보다 투자의 큰손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이 2022년까지 ESG 자산을 전체 자산의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더 나아가 ESG투자를 해외주식과 국내 채권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 국민연금은 위탁운용기관 선정 시에도 선정기준에 ESG 채권 투자계획 및 실적 등을 반영키로 했다. ESG 요소를 기금의 투자의사 결정 단계에 반영한다는 의미다.

그 밖의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ESG 관련 주식, 채권을 운용자산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국내 공적 연기금 사회적책임 투자 규모 추이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국내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사회적책임 투자 규모는 2017년 7조원 수준에서 2019년 말 32조원 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향후 ESG 투자 유무는 주주간섭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이미 해외 사례에서 기관투자가들이 기업들에 ESG 투자를 늘리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과 자산운용사들에 ESG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으로 변화를 발 빠르게 맞을 준비에 나섰다. 가령 삼성그룹의 모든 금융계열사, KB금융과 농협금융이 탈석탄 선언을 하고 관련 투자 중단선언을 한 점도 이런 이유다.

이렇다 보니 신용평가, 회계업계에서는 ESG 자산을 평가하고 회계처리 방법론 고민과 인프라 구축으로 분주하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ESG를 신용평가 영역에서 중요한 팩터로서 다룬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신평사들은 ESG 인증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020년 10월 한국중부발전을 대상으로 ESG 채권 인증평가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ESG 채권 인증평가에 나설지 검토 중이다.

정부는 한국형 그린뉴딜 차원에서 '녹색채권 전용펀드'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 더 나아가 녹색채권투자공사 설립도 논의 단계다.

회계처리 문제도 중요해지면서 회계업계도 발 빠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회계기준원은 ESG 대응을 위해 기업들과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비재무적 요소인 ESG를 회계처리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화우는 기업들에 ESG 업무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자문할 수 있는 ESG 그룹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ESG 근본적 한계는…

하지만 투자기간에 대한 근본적인 한계도 지적된다. ESG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표이지만 단기적으로 재무상태에 마이너스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ESG 경영을 고려해 시설투자(CAPEX, 시설 투자)를 할 때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장치를 추가하면 단기적인 재무적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용이 추가되면서 생산효율을 낮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저감한 것은 배출권거래제를 이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배출권거래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2015년 시작된 제도로,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고 할당된 배출권 범위 안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할당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2021∼2025년 할당계획상 현행 3%에서 10%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아울러 국내 (민간)기업들은 ESG 경영에 따른 기업의 부담 요인이 크지만 혜택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ESG 채권을 발행하는 주요 목적이 대부분 정부의 직간접적 압박, 기업홍보 효과에 그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기업들의 ESG 채권 발행 시 추가적인 ESG 인증비용 발생, 발행 후 별도 자금관리 및 보고서 공시 등 실무담당자의 추가 업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즉 혜택에 비해 발행에 따른 기업의 부담요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발행기업, 투자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ESG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자금은 국민연금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10년을 보고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펀드"라며 "나머지 민간에서 ESG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사실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다. 단기투자에 대한 성과를 평가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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