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엠 우먼' 문은주 감독 "여성운동 가수 헬렌의 생애 알리고 싶어"
서정원 2021. 1. 3. 16:57
70년대 호주 출신으로 빌보드 정상
그래미상까지 석권한 가수 헬렌
페미니즘 상징 노래로 유명
문감독 "헬렌 노래 듣고 성장
그의 인생이자 모든 여성 얘기"
그래미상까지 석권한 가수 헬렌
페미니즘 상징 노래로 유명
문감독 "헬렌 노래 듣고 성장
그의 인생이자 모든 여성 얘기"
인기 가수들은 많고, 열성인 페미니스트들도 많다. 하지만 페미니즘 운동 전면에 나서면서도 유명한 가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중 한 사람이 호주 아티스트 헬렌 레디다. 1972년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아이 엠 우먼(I Am Woman)'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올랐고, 이듬해엔 호주 출신으로는 최초로 그래미어워드 최우수 여성 팝 보컬 상을 수상했다. 그의 삶을 다룬 영화 '아이 엠 우먼'이 오는 14일 개봉한다. 호주 영화배우 틸다 코범허비가 헬렌 레디를 연기한다.
3일 서면으로 만난 문은주 감독(57·사진)은 "1970년대는 여성들의 역할이 의심과 도전을 받았던 때"라며 "헬렌 레디가 어떻게 정상에 올랐는지, 그곳에서 어디로 걸어갔는지, 그녀의 놀라운 인생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그의 대표곡 '아이 엠 우먼'은 페미니즘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로 유명하다. "나는 여자/ 나의 포효를 들으라/ 무시하기에는 우린 너무 커졌지/ 모르는 척 살기에는 너무 많은 걸 알게 됐어" 등의 가사가 당시 억압받고 차별받던 여성들의 심정을 한껏 웅변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많은 여성운동 현장에서 이 곡이 제창됐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 간 문 감독도 이 곡을 자주 들으며 자랐다. 그는 "엄마가 친구들과 함께 헬렌 노래를 즐겨 듣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헬렌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올 때면 모두가 함께 따라 부르곤 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헬렌 레디와의 만남이다. 문 감독은 9년 전 로스앤젤레스의 한 시상식장에서 우연히 레디와 동석했다. 이후 이들은 해변을 걷거나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됐다. "그녀 덕분에 당시 여성들은 자신의 명의로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도 없었던 걸 알았죠. 레디는 미국에서 이 두 가지를 가장 먼저 해낸 사람이었고요. 이 영화는 결국은 모든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자부했던 레디처럼 문 감독도 페미니스트임을 숨기지 않는다. "한국인 이민가정에서 저와 제 형제들은 확실히 페미니스트로 자랐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더 이상 저희와 함께 계시지는 않지만 늘 저희가 여성으로서 못 할 일은 없다고 말씀하셨죠."
레디는 말년에 치매를 앓다 지난해 9월 29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다행히 그는 죽기 전 이 영화를 관람했다. "당시 굉장히 긴장했었는데 곧 레디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을 봤죠. 마지막에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을 껴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나 뭉클했어요. 그녀가 저를 안아줬을 때 느꼈습니다. 레디는 영화가 완성된 것을 기뻐하고 있다는 걸요."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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