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나이팅게일', 식민 지배에 맞서는 여죄수와 원주민

서정원 2021. 1. 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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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복수극이다. 영국 제국주의가 세계로 뻗어나가던 19세기 초 식민지 호주의 태즈메이니아섬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이곳으로 유배된 아일랜드 출신 죄수 클레어(아이슬링 프란초시)는 형기를 마치고 새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영국군 장교 호킨스(샘 클라플린)에 의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이팅게일'이라 불렸던 클레어를 탐낸 호킨스가 다툼 끝에 그의 남편과 아이를 살해한 것. 이튿날 승진 청탁을 위해 북부로 떠난 호킨스를 쫓으며 클레어는 처절한 복수를 다짐한다.

현지 원주민인 길잡이 빌리(베이컬리 개넘바)와 함께 추적에 나서지만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쫓기는 쪽보다 쫓는 쪽에 오히려 고난이 가득하다. 험난한 지형과 폭우 등이 이들을 가로막는 데다 사람들 공격까지 이어진다. 클레어는 통행증이 없으면 마음대로 이동할 수도 없는 죄수, 빌리는 보이기만 하면 백인들이 사격 대상으로 삼는 흑인이기 때문이다. 제니퍼 켄트 감독은 "역사 속에 얼마나 많은 폭력이 있었는지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폭력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클레어와 빌리는 같은 식민지인이지만 그 안에서도 위계가 나뉜다. 흑인이기까지 한 '2등 시민' 빌리는 처음엔 클레어한테서도 도구 취급을 받는다. 클레어는 자신을 도와주는 빌리의 등 뒤에 총구를 들이대며 신뢰를 주지 않는다. 이들을 연대하게 하는 건 결국 '동병상련'이다. 빌리는 은인 '찰리 삼촌'이 호킨스 일당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을 계기로 클레어와 공동의 목표를 갖게 된다. 클레어도 자신을 여러 번 구해준 빌리를 향해 마음을 연다.

마침내 호킨스 눈앞에 나타난 클레어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내 주인이야"라고 일갈한다. 이 선언은 빌리의 조력을 통해 완성된다. 모든 일이 끝나고 이들이 이른 곳은 빛나는 태양이 떠오르는 바닷가 앞이다. 클레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빌리는 부족의 전통 의식을 치르며 유종의 미를 거둔다. 복수의 짜릿함보다도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피억압자들의 연대가 여기서 찬란하게 꽃피운다.

2014년 공포 스릴러 '바바둑'으로 주목 받은 켄트 감독의 신작이다. 제7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고, 제9회 호주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작품상·감독상·각본상 등을 받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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