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턴 연락 끊긴 자녀 있어도 '생계급여' 지원 받는다

김승한 2021. 1. 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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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아들이 건물을 가지고 있고 자식은 여섯이나 되네요."

15년 전 남편과 사별 후 아무 소득없이 생계를 이어가던 정씨(90). 혼자 살던 셋방 월세조차 버겁던 정씨는 7년 전 생계급여 신청을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다. 하지만 '부양의무자'인 자녀가 건물까지 갖고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를 신청도 하지 못했다.

정씨는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아들은 이미 10년 전 연락이 끊겼고 남은 자식들도 상황이 변변치 못해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며 읍소했지만 돌아오는 건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답이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생활고를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14년 '송파구 세모녀 자살사건'이나 지난달 알려진 '방배동 모자 비극' 역시 부양가족에 대한 규정 때문에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사례다.

올해부터는 이런 비극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계급여 부양자의무 기준 폐지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때문이다. 2021년 노인·한부모 가구 대상으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2022년에는 그 외 가구까지 대상을 넓혀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수급권자 본인의 소득이나 재산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부양의무자의 유무에 관계없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연 소득 1억원 또는 부동산 9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 고재산 부양의무자에 대해서는 기존의 기준을 계속 적용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다.

2000년 시작된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부모, 자식 등 직계혈족과 배우자 등의 가족이 국가보다 앞서 부양 의무를 해야한다는 제도다.

즉 부양의무자가 실제로 부양하지 않아도 수급자의 수급비는 삭감되거나 수급권이 박탈될 수 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수급자의 몫이며 소명 책임도 수급자 본인에게 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제외하고 아무런 소득이 없거나 미약한 노인 빈곤층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간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 사각지대를 만드는 걸림돌이자 도움이 절실한 노인들의 지원을 가로막는 제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녀가 부모에게 생활비 지급을 거부하거나 가족 간 연락이 완전히 끊기는 사례가 매년 늘면서 이는 더욱 부각됐다.

앞서 정씨의 사례처럼 생계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도 1촌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 등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급여를 받지 못했다. 생계급여를 받아야 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들과 딸, 며느리, 사위 등 부양의무자한테서 다달이 부양비를 받는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에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미 교육급여, 주거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바 있어 기준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컸다.

정부는 이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통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약 18만가구(26만명)가 신규로 지원받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앞으로 2년간 50만명 안팎 늘어나 2022년이면 2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부양 의무자의 일정한 '부양비'를 수급권자의 소득 인정액에 포함해 그 만큼 차감하고 있는데, 이 또한 폐지되면서 기존 수급자 약 4만8000가구 (6만7000명)에 대한 급여 수준도 올라 13만2000원 정도 추가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남도 모지역 동사무소 관계자는 "실제 독거 어르신들의 생계급여 관련 부양의무자 관련 민원이 많았다. 딱한 사정이지만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 입장에서 곤란했지만 부양의무가 기준이 폐지되는 만큼 많은 분들이 생계급여를 받아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별개로 내년 1월부터 기초연금 지급대상자 선정기준액도 오른다. 노인 단독가구는 월소득 인정액이 169만원 이하, 부부가구는 270만4000원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각각 148만원, 236만8000원이었다.

기초연금 월 최대 30만원 지급 대상도 소득 하위 70%까지 늘어난다. 올해까지는 소득 하위 0∼40%에 속한 수급자에게 최대 30만원, 소득 하위 40∼70%에 속한 수급자에게 최대 25만원이 지급됐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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