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참모들 "2차 가해 중단하라" 서명에 2700명 동참

임재우 2021. 1. 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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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사망과 성추행 논란]피해자 실명 편지 노출 뒤 '2차 가해' 심각
경희대 학생 99명도 '2차 가해 없어져야' 성명 발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 정보가 유출된 사안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와 연대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박 전 서울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참모들을 비롯해 2700여명의 시민들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경희대 학생 99명도 피해자의 이름이 있는 편지를 노출해 ‘2차 가해’를 촉발한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시민 2711명은 ‘박원순을 지지했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반대하는 사람들’ 명의로 3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비서관 등 박 전 시장 선거운동 캠프에서 일했던 8명은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6일간 온라인을 통해 지지성명을 받은 바 있다.

시민들은 공동성명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참여·동조하는 사람들에게 요구한다”며 △2차 가해 중단 △피해자가 작성한 자료의 무단 편집·유포 중단 △사람들이 박원순에게 기대했던 가치를 생각해줄 것 등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성명에서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를 구호로 내걸고 출마해 당선됐다. 약한 사람, 부당한 폭력을 겪는 사람 곁에 서겠다는 맹세였다. 지금 무엇이 부당한 폭력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에 참여한 2711명 중 1400여명은 성명에 동참하며 직접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청에서 일한다는 한 참가자는 “피해자가 본인의 직무라고 생각했던 ‘상사에 대한 정서적인 지지를 포함한 일체의 의전 수행’을 피해자를 공격하는 증거로 제시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다른 참가자는 “피해자에 대한 ‘피해자다움’의 검열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입막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경희대 학생 99명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행해지는 2차 가해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학생들은 이 성명에서 “편지를 썼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친밀한 관계 내에서 성폭력이 더욱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편지 공개’로 의도하는 피해자다움의 규정과 2차 가해를 멈춰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는 경희대 학생들뿐 아니라 시민 451명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23일 김민웅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손편지를 올렸다가 피해자의 실명을 노출해 피해자 쪽 대리인으로부터 고소당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후 게시글을 비공개로 돌렸지만, 실명 편지가 인터넷과 SNS에 떠도는 등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박재동 화백은 <경기신문>에 이 편지를 근거로 피해자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하는 만평을 그려 여성계 안팎에서 ‘언론 지면을 빌려 2차 가해에 앞장선 악질적인 만평’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공동성명 전문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참여,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요구합니다. 1.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하세요. 피해자의 이름, 얼굴 등 신원이 드러나는 게시물을 온라인에 작성, 유포하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일상으로의 복귀를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동시에 이를 목격한 다른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2. 피해자가 작성했던 자료를 무단으로 편집하고, 유포하는 일을 즉시 중단하세요. 맥락을 삭제한 자료는 피해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피해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만듭니다. 이것은 피해자에게 큰 폭력입니다. 이 사건은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제출할 자료가 있다면 조사 기관에 연락하시고, 조사 결과를 함께 기다려주십시오. 3. 사람들이 박원순에게 기대했던 가치를 생각해주세요.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를 구호로 내걸고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 힘든 사람, 부당한 폭력을 겪는 사람 곁에 서겠다는 맹세였습니다. 지금 무엇이 부당한 폭력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박원순을 지지했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반대하는 사람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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