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에 월급 100만원 줄어"..배달알바 내몰리는 중기 직원들

신미진 2021. 1. 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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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도 처벌 대상
50명씩 회사 쪼개거나 '범법자'로 남아
특근 사라져 줄어든 월급에 근로자도 불만
문래동 공업용 철근. [사진= 이충우 기자]

"주 52시간 근무 때문에 월급이 30%나 줄었어요. 음식 배달이라도 뛰어야죠."

서울의 한 특수강 공장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월급명세서를 받아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300인 이상이라 이미 직장에서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된 A씨의 경우 잔업과 특근이 사라지면서 월급이 3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100만원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동료들도 생계 걱정에 대리운전이나 주유소 아르바이트로 투잡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300인 미만(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씨와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당장 범법자가 될 처지에 놓인 사업주부터 월급이 깎인 근로자들까지 불만이 높다. 중기업계는 해외사례를 반영해 제도의 유연성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법 중단을 위한 경제단체 입장 발표' 행사에서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사진 제공=중소기업중앙회]

◆조선 등 뿌리 산업 직격탄

올해부터 전국 2만4000여개 중소기업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위반시 사업주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중소기업계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계도기간 연장을 요청했으나 고용노동부는 끝내 거절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중소기업 중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한 비중은 83.9%에 달했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조선업과 건설업 등 뿌리산업이다. 중소 건설업의 경우 야외 작업이 대부분이어서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데, 주 52시간 근로시간에 맞춰 근무하기란 쉽지 않다. 해외 선박이 언제 입항할지 모르는 선박수리업종도 특근과 휴일작업이 다반사다. 울산 지역 조선사 협력사들은 현재 평균 주 64시간 근무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2000여명이 넘는 추가 인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직원이 사라진 중소 공업사들은 근로자 찾기가 더더욱 힘들어졌다. 이의현 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2교대를 3교대로 바꾼다고 해도 경기 불황에 추가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있는 곳은 거의 없다"며 "직원 월급은 줄이고 사업주 부담은 늘리는 제도"라고 말했다.

◆"노사 자율 합의에 맡겨야"

결국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피해 50인 미만으로 회사를 쪼개는 식의 단기적인 대책만 세우고 있다. 오는 7월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계도기간도 종료돼 이마저도 어렵다. 이에 중기업계는 노사가 합의한 경우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업종별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차등 도입하는 등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56.3%)은 주 52시간 근로제 개선 사항으로 '8시간 추가연장근로 제도를 모든 중소기업으로 기한 없이 확대'를 꼽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추가연장근로제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1년 6개월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실장은 "미국의 경우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면 시간 외 수당으로 1.5배를 더 지급하면 되고, 일본은 노사가 합의한 경우 연간 최대 720시간의 연장근무를 허용하고 있다"며 "획일적인 기준보다는 업종과 상황에 맞게 현장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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