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 뒤 2차 접종, 백신 혼합 접종도 가능..英, 고육지책 방침에 논란 확산

이현경 기자 2021. 1. 3. 11: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CDC "백신 혼용 금지" 못 박아
EPR 제공

영국에서 전파력이 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연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1, 2차 접종 간격 연장 방침과 ‘혼합 접종’ 방침을 발표해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의학계는 2차 백신 접종을 늦추는 건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 1차 접종자 늘리려 2회차 접종 12주 뒤로 미뤄

가디언은 2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 의학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료 책임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의 2차 접종 간격 연장 방침을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백신 1차 접종자 수를 늘리기 위해 2차 접종 간격을 기존 4주에서 12주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영국에서 접종 중인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은 1회차 접종을 하고 3주(21일) 뒤 2회차를 접종해야 항체 형성 효과가 극대화된다. 영국 정부가 공개한 ‘코로나19 그린북 14a장’에 따르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은 3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 분의 1g) 용량을 21일 간격으로 두 번 접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린북은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간행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초록색으로 작성돼 붙여진 이름이다. 

영국에서는 아직 긴급사용승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처럼 mRNA를 이용한 모더나의 백신은 1차 접종 이후 28일(4주) 뒤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간격으로 12주로 늘리는 방침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영국의학협회(BMA)는 정부 발표 다음 날인 31일 성명을 내고 “2차 접종 연기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며 “4일부터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을 계획이었던 환자들에게는 끔찍한 소식”이라고 비판했다. 

‘12주 뒤 2차 접종’ 방침은 30일 영국 정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얻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도 적용된다. ‘코로나19 그린북’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0.5ml 용량을 두 번 투여하며, 1차 접종 28일 뒤 2차 접종을 한다고 쓰여 있지만, 정부가 2차 접종을 최대 12주 뒤로 미루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도 12주 뒤에야 2차 접종을 받을 수 있다. 

2차 접종 간격 연장이 백신 효과에 미칠 영향도 불투명하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차 접종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가디언은 파우치 소장의 CNN 인터뷰를 인용해 1, 2차 접종 사이의 간격을 늘리면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우치 소장은 CNN에 “미국에서 승인된 모더나 백신은 1차 접종 이후 28일, 화이자 백신은 21일 뒤에 2차 접종을 하는 게 최적의 조합”이라며 “미국은 영국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1차 접종을 하기 위해 접종 간격을 늘리는 걸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발간한 ‘코로나19 그린북’ 14a장에는 백신 접종과 관련한 규정이 자세히 담겨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그린북을 업데이트하면서 혼합 접종 방침을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 코로나19 그린북 캡처

●1차와 2차 다른 백신 맞는 혼합 접종 방침도 논란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그린북을 업데이트하면서 백신 접종 2회차에서 1회차와 다른 백신을 투여해도 된다고 밝혀 새로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 보건당국은 혼선이 일자 백신 혼용이 권고사항이 아니라 대안이 없는 위급 상황에서만 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영국 정부의 지침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접종 지침과는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CDC는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에서 코로나19 백신 제품의 혼용 가능성에 대해 현재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얻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의 mRNA 백신 두 종을 혼용해서 접종하면 안 된다고 썼다. CDC는 “백신을 섞어서 사용했을 때 안전성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며 “백신의 2회 접종은 반드시 동일한 제품으로 완료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백신 전문가인 존 무어 미국 코넬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지금까지 백신 혼용과 관련해서는 전혀 데이터가 없다”며 “(영국 정부가) 과학적 판단 대신 현재 상황을 빠져나오는 데 급급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