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최소 34개국서 확인..남아공발도 국내 포함 4개국

고재원 기자 2021. 1. 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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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남아공발 바이러스 바이러스 부하 높다"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 코로나로 프랑스가 영국발 모든 승객과 화물을 막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공

전염력이 기존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2일(현지시간) 터키에서 영국발 입국자 15명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가로 확인돼 현재까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나라가 모두 34개국이 됐다고 전했다.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VOC-202012/01’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감염병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신규 호흡기 바이러스 위협 자문그룹(NERVTAG)은 지난달 18일 새 변이 바이러스의 게놈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다른 바이러스보다 평균 71% 빨리 전파된다고 밝혔다. 닐 퍼거슨 임페리얼컬리지런던대 교수 역시 변이 바이러스가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률이 50~70% 높다고 추정했다.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현재까지 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영국, 터키, 호주, 벨기에, 브라질, 캐나다, 칠레, 중국,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인도,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요르단, 레바논, 몰타, 네덜란드, 노르웨이, 파키스탄, 포르투갈, 싱가포르, 한국,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대만, 베트남 최소 34개국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31개 국가에서 보고됐다고 밝히고 있다. 공식 확인되지 않은 사례까지 있을 수 있어 변이 바이러스 확인 국가는 실제로 더 많을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지역사회 감염도 발견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콜로라도와 캘리포니아주, 플로리다주의 거주민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추가로 확인됐다. 이들은 해외 여행 이력이 없다. 미국 보건당국은 이미 지역사회 내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지역 사회 감염자가 이미 확인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종 바이러스 ‘501Y.V2’도 확산 중이다. 지난달 18일 남아공 당국이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보고했으며 WHO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4개국에서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2일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 과학자들이 게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변이 바이러스는 더 높은 바이러스 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러스 부하는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의 총량을 뜻하는 말로 전염성의 증가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학자들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전염성이 높긴 하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 기존 바이러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안젤라 라스무센 미국 조지타운대 바이러스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즈에 “변이 바이러스들은 사람들을 더 아프게 만들거나 높은 치명률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붐비는 실내공간과 미세한 침방울 등 기존 감염경로와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전염성이 높은 것은 체내 바이러스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영국 분석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들은 기존 바이러스 감염자들보다 코와 목에 더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를 진행한 영국 정부의 임상 고문인 마이클 키드 영국 잉글랜드공중보건국(PHE) 임상바이러스 부문 담당자는 “10~1만 배 범위까지도 바이러스의 양이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와 목에 바이러스 양이 많을수록 호흡이나 대화, 노래, 기침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공기와 표면으로 더 많이 배출된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년 전과 비교해 현재까지 23개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23개 중 17개는 최근 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8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바이러스가 변이할 기회를 더 많이 주고 있다. 영국과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높아진 바이러스도 출연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가급적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이먼 클라크 영국 레딩대 세포미생물학과 교수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NBC뉴스에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바이러스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 복제가 된다”며 “이런 복제가 일어날 때 마다 바이러스마다 새로운 유전물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변이를 겪으며 인체에 침투하기에 용이한 형태로 변한다는 설명이다. 마리아 반 케르코베 WHO 코로나19 기술책임자도 “바이러스 확산이 길어질수록 변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국가들은 영국발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영국발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도 40개국 이상이다. 방역당국은 모든 입국자에 대한 방역강화 조처를 취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오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격리해제 전 추가적인 진단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방역강화 대상국가와 일부 러시아나 인도 같은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격리해제 전 검사를 이미 시행해 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입국 후 3일 이내에 검사를 하고 유증상인 경우 격리해제 전 검사를 시행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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