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우먼' 문은주 감독 "여성들의 연대 이야기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1970년대 여성운동을 노래한 디바 헬렌 레디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한 이는 다름 아닌 한국인 문은주 감독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4살 때 호주로 이민 간 문 감독은 현재 미국과 호주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오는 14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그의 두 번째 작품 '아이엠 우먼'은 세대를 뛰어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문 감독은 3일 서면 인터뷰에서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는 노래인 헬렌의 '아이 엠 우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여성들을 더욱 강인하고 대담하게 만든 음악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제작하며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내 외침을 들어봐/ 나는 꺾이지 않아/ 나는 강인해/ 나는 여자'라는 헬렌의 노랫말을 떠올렸다고 했다.
사실 이 노래가 발매될 당시 문 감독은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어머니와 친구분들이 노래에 큰 영향을 받는 분위기를 느꼈다고 했다. 문 감독은 "1970년대 제 롤 모델들이었던 여성들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영화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화는 남성 중심의 음악 업계에서 헬렌이 여성의 자유와 평등을 노래하기까지 겪었던 차별을 현실감 있게 다룬다. 특히 호주를 떠나 할리우드에서 여성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 감독은 헬렌의 이야기에 동질감을 깊게 느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장소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전통적으로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라며 "헬렌은 정말 용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헬렌이 받았던 차별을 영화로 제작하며 자신도 겪었다고 했다.
문 감독은 "영화 투자를 받기 위한 미팅에 가면, 참석자 중 여성이 저와 제 프로듀싱 파트너뿐인 경우가 많았다. 남성 임원진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누가 이런 영화를 보고 싶겠냐'고 묻곤 했다"며 영화 제작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영화는 호주, 미국 등에서 성공적으로 개봉했고, 많은 여성 관객들이 저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문 감독은 영화를 통해 '여성들의 연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는 헬렌뿐 아니라 그의 친구이자 록 저널리스트인 릴리안이 나온다. 헬렌에게 페미니즘을 알려준 실존 인물이다.
문 감독은 "두 사람의 우정이 영화의 중심내용이다. 둘 사이의 연대가 이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며 "당시 미국 사회 여성들의 행진과 페미니즘 바람은 헬렌과 릴리안뿐 아니라 많은 여성에게 영향을 줬다. 헬렌의 이야기를 역사적 맥락 속에 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 작업 중 전세계에서 새로운 여성들의 행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워싱턴 행진에서 '내 외침을 들어봐'라고 쓰인 팻말을 보고 사진으로 찍어뒀는데, 이 글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다"며 "여성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하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여성의 연대감을 드러냈다. 인도에서는 여성 관객들이 영화가 끝난 후 주차장에서 문 감독에게 노래를 불러줬다고 했다. 문 감독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본 젊은 여성이 다가와 '어머니가 보고 싶어해 왔는데, 앞세대의 여성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게 돼 기쁘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며 "그녀는 이제 바깥에 나가 변화를 끌어낼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반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 감독은 현재 새로운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의 숨겨진 5명의 여성 영웅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작품이다.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도 나타냈다. 문 감독은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도 생각하고 있다"며 "여기에도 음악을 많이 사용할 예정인데, K팝을 넣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태어난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게 된 것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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