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신축] 터널 속 사고 막은 '의인 소방관'의 소망.."올해도 업무 충실"
코로나19로 고군분투.."병원 찾아 100km 질주하기도"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2020년 5월 경북 김천시 감천터널에서 소형차 한대가 아슬아슬하게 1차선과 2차선을 넘나들고 있었다. 차량은 터널 벽면에 부딪힌 뒤에도 주행을 멈추지 못했다.
때마침 터널을 지나 출근 중이던 경북 김천소방서 소속 이윤진(35) 소방장은 운전자가 의식을 잃고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지체없이 멈춰섰다.
곧바로 자신의 차에서 내린 이 소방장은 차량을 따라 달리며 운전석 창문을 두드리다가 운전자가 반응이 없자 차량 앞으로 가 움직이는 차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이 소방장이 10m가량을 끌려간 뒤에야 차량은 멈췄다.
이 소방장은 다른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경련으로 의식을 잃었던 운전자를 깨워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그는 구급차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교통정리를 하며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한 공로로 이 소방장은 지난해 6월 LG복지재단이 주관하는 'LG의인상'을 받았다. 의인상을 받을 당시엔 소방교였지만 승진시험을 통해 그해 11월 소방장으로 진급했다.
지난달 29일 <뉴스1>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 소방장은 "터널이라는 특수한 장소였고 운전자가 의식이 없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앞뒤 생각할 것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의인상을 받은지 6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이 소방장의 투철한 책임 의식은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예전보다 업무강도는 세졌지만 일분일초를 다투는 급박한 현장에서 '힘듦'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이 소방장에겐 사치다.
이 소방장은 "눈이 오거나 비거 오거나 우리는 환자가 있는 곳으로 반드시 가야 한다. 산꼭대기에 환자가 있다고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착해 환자를 구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이 되기 전, 이 소방장은 간호사로 4년간 일을 했다. 간호사 시절 병원 응급실에서 주로 근무했던 그는 응급실로 환자를 데리고 오는 구급대원의 모습을 보며 소방공무원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현장에서 처음으로 응급환자를 마주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간호사 일을 하면서 소방 공무원을 준비했고 지금은 이 직업이 적성에 잘 맞는 듯 하다"며 웃었다.
소방공무원이 된지 어느덧 6년차이지만 이 소방장에게 2020년은 그 여느 때보다 힘든 한해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현장에 나설 때 지켜야 하는 방역수칙은 까다로워졌다. 시민들을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감염병 예방에 더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이 소방장은 "현장 출동 명령이 떨어질 때마다 레벨D 방역복으로 완전 무장을 하고 고글에 장갑까지 챙긴다. 추위로 온몸이 덜덜 떨릴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나 하나만을 생각해선 안되는 때"라고 강조했다.
격리공간이 필요한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를 타고 경주, 대구 등 최대 100㎞ 이상 떨어진 도시까지 질주할 때도 많다.
이 소방장은 "김천에는 응급실 내 격리병상이 마련된 병원이 한 곳밖에 없다. 병상이 찼을 경우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환자를 태우고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종 보호자분들께서 '왜 멀리 떨어진 병원을 가냐'며 화를 내시는 경우도 있다. 보호자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이 소방장에게 새해 소원을 물었다. 그는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가 내 직업이 소방관이라는 것을 안 뒤로는 자기도 소방관이 되겠다고 하더라.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hahaha828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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