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융이슈] 쌍용차 구조조정·항공사 통합..산은 과제 산적

송상현 기자 2021. 1. 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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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대표채권은행으로 구조조정 협의..새 투자자부터 찾아야
항공사 통합도 노조 설득·기업결합심사 남아..LCC 추가지원도 불가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12.2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산업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과 산업 구조조정 등 뒷수습으로 올해도 바쁜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법정관리에 앞서 2개월의 시간을 번 쌍용차에 대해선 산은이 대표채권자로서 새로운 투자자 확보 등 쌍용차의 구조조정안을 이끌어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도 노조와의 협상, 기업결합심사 등 남은 관문이 많다. 한진칼의 경영을 감시하기 위한 체계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저비용항공사(LCC) 등 전반적인 항공산업 구조조정도 산은의 몫이다.

◇쌍용차 대표채권은행 산은, 원칙 내세웠지만…새 투자자 찾아야 '실마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말 쌍용차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프로그램을 주도할 채권자협의회에 대표채권은행으로 참여했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회생을 신청한 기업에 대해 곧바로 법정관리 결정을 하지 않고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협의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제도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외국계 은행인 JP모건, BOA 등 4개 금융사와 상거래 채권자 4개사 등 총 8개사가 쌍용차의 구조조정 방안 등을 놓고 오는 2월28일까지 협의하게 된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2개월 이내에 기업개선 합의안이 마련돼 쌍용차가 기업회생 절차 신청을 취하하는 것이다.

지난해 쌍용차는 산은을 향해 여러 차례 지원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이때마다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업의 지속가능성, 대주주의 책임 있는 행동, 이해당사자의 고통 분담 등 이동걸 회장이 생각하는 구조조정 원칙에 쌍용차가 부합하지 않아 지원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산은 등에서 빌린 2554억원(12월22일 기준)의 대출 원리금이 연체돼 기업회생(법정관리)까지 신청한 쌍용차의 경영 상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쌍용차는 2017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자본잠식률은 3분기 말 연결기준 86.9% 달한다.

쌍용차가 자력으로 변제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제아무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한다 해도 산은 등 채권단을 만족시키긴 어렵다. 결국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게 채권단의 합의를 이끌 핵심이다. 산은은 우선 쌍용차의 모회사인 마힌드라가 진행 중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의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기다림은 길어지고 있다.

만약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 쌍용차는 법정관리에 돌입하고 이때엔 청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쌍용차가 무너지면 수만명의 생계가 위기에 처한다. 쌍용차에 따르면 쌍용차와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가족만 약 60만명이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이런 고용안정 문제를 외면하기가 어려워 딜레마는 커진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2020.12.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큰 관문 넘었지만…노조 설득, 기업결합심사 남아

지난해 산은 주도로 추진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작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 매각 협상이 불발되며 대한항공이라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측의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으나 노조의 반발은 여전하다. 산은의 대화 요청을 거부했던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산은 측과 만났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산은,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 회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산은은 회의체 구성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 심사 역시 쉽사리 장담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는 통과할 수 있겠지만 해외 경쟁당국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한다면 진통이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의 모회사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며 통합작업을 관리하는 것도 산은의 올해 주요 과제다. 산은은 한진칼에 부과한 7대 의무에 따라 올해 이 회사 이사회에 참여할 사외이사 3인을 선임하고, 경영을 견제할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도 구성해야 한다. 이런 감시체계가 올해 처음 작동하는 만큼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대형항공사보다 경영난이 더 심각한 LCC(저비용항공사)에 대한 관리도 산은의 올해 과제 중 하나다. 이미 산은은 지난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을 지원했다. 다만 올해도 항공 업황이 개선되긴 힘들 것으로 보여 다시 손을 내미는 기업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과 아시아나 계열 LCC인 진에어와 에어서울, 에어부산 3사의 통합이 예고된 만큼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의 연장선에서 세심한 관리도 해야 한다.

기대했던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은 지난해 마무리 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EU 측에 기업결합 심사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연되면서 결국 올해로 넘어왔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정상화를 향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도 산은의 역할이다. 지난해 한국GM과 HMM이 노사갈등을 일으키자 산은은 노조를 향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백신 개발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코로나19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지난해 어떻게든 버티던 기업이 올해 본격적으로 휘청거릴 수도 있어 산은의 임무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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