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융이슈] '외나무다리' 금융권 vs 빅테크..'승부처는 플랫폼'

박기호 기자 2021. 1. 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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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상륙 빅테크..전통 금융사, 디지털 전략 세우고 '철통방어'
금융·ICT 경계 허물어져..금융당국, 공정 경쟁 환경 조성 추진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열린 '금융회사·빅테크·핀테크와 금융산업 발전방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은성수(오른쪽 세 번째)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네이버, 카카오 등과 같은 거대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올해는 금융권 전반에서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Big Tech)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디지털 금융 촉진과 혁신이라는 금융당국의 기조 아래 지난해 시동이 걸렸고 올해부터 대대적인 상륙작전이 시작된다. 빅테크와 전통 금융권의 외나무다리 혈투는 소비자와의 접경 지점인 플랫폼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넷 플랫폼을 완비한 빅테크로부터 생존을 위협받게 된 전통 금융권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빅테크의 진격으로 금융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금융업과 ICT 기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빠른 변화로 기존에 존재했던 경계가 뒤섞이는 일명 빅블러(Big Blur) 현상인데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조기에 정착하면서 금융권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금융당국은 금융의 경쟁력 강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소비자 편익 등을 위해 빅테크에 시장을 개방하고 전통 금융권과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 핀테크가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융협의회'를 발족하고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 아래 규제 차익 해소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디지털 금융협의회 논의를 바탕으로 종합 대응 방안을 마련해 올해 업무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양측이 이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전통 금융권에선 빅테크가 규제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차익을 얻는 등 현 상황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한다. 올해에도 규제 문제를 놓고 양측은 양보 없는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빅블러 현상 뚜렷…업권마다 금융사·빅테크 경쟁 치열

주요 금융업권별로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의 경쟁은 예열을 넘은 수준이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과 제휴해 대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은행들이 꽉 쥐고 있는 대출부문에서 조차 빅테크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의 중간 영역쯤 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약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자리를 잡은지 오래고 케이뱅크는 지난해 인터넷은행법 개정을 발판으로 자본금을 늘린 상태다. 토스뱅크도 오는 7월 영업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 및 금융투자업권에선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으로 금융투자사업에 진출했다. 토스도 증권 자회사인 토스증권의 출범을 준비 중이다.

흔히 페이로 알려진 간편결제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선점하고 있는데 최근 신한금융, KB금융 등 전통 금융사들도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보험업권에서도 카카오는 보험 대리점업에 진출한데 이어 보험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네이버파이낸셜은 보험 자회사 'NF보험서비스'의 법인 등록을 마쳤다. 토스인슈어런스도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올해에는 경쟁을 넘어 혈전 수준으로 격상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금융권에 미리 진출했던 카카오에 이어 또 다른 IT공룡인 네이버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 마이데이터 시대 개막으로 경쟁 가속화…최대 격전지는 '플랫폼'

특히 올해부터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개막하고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업 등 다양한 전자금융업이 도입된다. 금융 생태계 지형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는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대 격전지는 플랫폼이다. 사실 플랫폼은 빅테크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빅테크는 수천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뿐 아니라 이들의 각종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고객과의 접점이 이뤄지는데 전통 금융권이 플랫폼 경쟁력을 상실할 경우 빅테크에 종속되고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민간 금융산업을 이끄는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뉴스1>과의 신년 서면 인터뷰에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을 올해 경영의 최대 위협으로 꼽으면서 빅테크를 능가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전통 금융회사들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한창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디지털 전략의 일환으로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빅테크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ICT기업과의 합종연횡도 올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KB증권은 엔씨소프트와 우리금융은 KT와 각각 손을 잡고 합작사를 출범시켰는데 올해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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