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대통령 거부권' 무효화 굴욕.. 트럼프 "공화 상원의원들 한심" 비난

정재영 2021. 1. 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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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6일 대규모 항의 시위 열릴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사한 법안 거부권이 새해 첫날인 1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처음으로 무효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한심하다”고 맹비난하고, 1월6일 워싱턴에서 대규모 항의시위가 있을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상대로 시위를 부추겼다.

미 상원은 1일 본회의에서 주한미군을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찬성 81표에 반대 13표로 재의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지난달 하원이 재의결해 무효로 한 데 이어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도 이날 재의결을 통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상하원의 재의결로 효력을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제껏 9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로 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해당 법안은 7400억달러(약 807조원) 규모의 국방·안보 관련 예산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23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원은 지난달 28일 찬성 322표, 반대 87표로 NDAA를 재의결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앞서 지난달 하원(찬성 335표, 반대 78표)과 상원(찬성 84표, 반대 13표)은 각각 압도적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이 해외 주둔 미군을 본토로 데려오려는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어긋난다면서 아프가니스탄과 독일,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2만8500명 이하로 줄이는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미 감축 계획을 발표한 독일과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축소에도 제동을 거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구글·트위터·페이스북 등의 대형 소셜미디어 기업이 이용자 콘텐츠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미군기지 명칭을 바꾸는 내용이 포함돼있는 것도 대통령 거부권 사유로 언급됐다.

그러나 상·하원이 처음으로 거부권을 무효로 만들어 임기 막판 트럼프 대통령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AFP통신은 “의회는 거부권을 무효로 하기 위한 압도적 표결로 트럼프 집권 말기에 굴욕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공화당 주도 상원이 거부권 무효 표결을 했다”면서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에 큰 패배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이 거부권을 무효화하자마자 “우리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대형 테크기업들에 무제한적 권한을 주는 통신품위법 230조를 없애버릴 기회를 놓쳤다. 한심하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비난했다.

그는 “이제 그들(공화당)은 중국 바이러스로 파괴된 사람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2000달러 대신 600달러를 주고 싶어한다. 공정하지도 현명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통과된 경기부양법이 미국 국민에 600달러씩 지원하도록 한 부분을 또다시 문제삼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2000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으나 공화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윗에서 “워싱턴DC에서 1월 6일 오전 11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릴 것”이라며 “장소 관련 정보가 나중에 나온다. 도둑질을 멈춰라!”라고 밝혔다.

6일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최종 확정되는 것을 두고, 지지자들을 상대로 대규모 시위를 부추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량의 증거가 6일 나올 것이다. 우리는 크게 이겼다”는 글도 추가했다.

플로리다주 개인 리조트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을 단축해 전날 백악관에 복귀했다. 상·하원 합동 회의를 앞두고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미 언론은 관측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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