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질수록 온기 더하는 휴먼테크놀로지 [2021신년특집]

박세준 2021. 1. 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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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혁신
삼성·SK하이닉스 과감한 투자 통해
비대면 한계 넘는 쌍방향 기술 개발
반도체·전자업계 이유 있는 실적 호황
디지털 영역 전환
네이버·카카오 콘텐츠·사업영역 개척
금융기업 견제 뚫고 핀테크 시장 선점
K웹툰 아시아 넘어 북미·유럽까지 돌풍
돌파구를 찾아서
SKT 모빌리티·KT B2B사업 새 활로
현대기아차 위기 속 신차 출시 승부수
항공업계 승객 대신 화물로 매출 수성
2020년은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계에 무척 잔인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국가 간 교역을 가로막고 생산 현장 곳곳의 ‘셧다운’을 불러왔다.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위축되며 이내 세계 경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빠졌다. 코로나19는 새로운 변곡점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는 경제 흐름이 급속도로 빨라지는 계기가 됐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많은 역경과 맞서 싸워온 우리 기업들은 이번에도 ‘위기는 곧 기회’라는 신념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없고, 상품을 만져볼 수도 없지만 우리 기업과 고객은 비대면의 한계 속에서도 따뜻한 온정과 공감을 나누는 새로운 풍속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산업계의 변화와 혁신 기업들의 활약상을 짚어보고,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대에 대비한 비전과 전략을 소개한다.
 
코로나19로 산업계 전반이 휘청이며 초유의 위기를 맞았지만, 국내 기업들이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감염병 확산에 따른 반대급부로 폭증한 ‘언택트’(비대면) 수요를 겨냥해 관련 기술과 수요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고, 과감한 혁신으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치열한 노력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언택트는 올해에도 상당 기간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수요자를 과거의 전통적인 대면 시대보다 더 가깝게 연결하는 쌍방향 소통 기술 개발과 다양한 트렌드 모색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비대면 수요 물꼬 튼 과감한 투자

반도체·전자업계는 코로나19에도 작년 한 해 비대면 수요가 늘며 수혜를 봤다.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의 생산 차질을 빚었던 상반기에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둔 데 이어 3분기에는 12조3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66조96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 PC 판매가 활기를 띠었고,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확대 영향으로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가 호황을 누렸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과는 별개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15조900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했고, 시설투자비는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증가한 25조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작년 8월부터는 3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낸 SK하이닉스의 경우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3000억원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런 투자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안정적으로 D램에 적용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SK하이닉스는 17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등 해외 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놓는 성과를 거뒀다.

생활가전과 TV가 주력인 LG전자도 작년 3분기 역대 최대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인공지능(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을 출범시킨 게 대표적이다. LG AI연구원은 2000억여원을 투자해 3년간 AI 전문가 1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디지털 혁신으로 찾은 돌파구

IT 업계는 비대면 흐름의 수혜를 보는 동시에 글로벌 업체와의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었다. 이에 맞서 국내 양대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무기로 디지털 혁신과 콘텐츠 강화를 선택했다. 작년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아 양사는 커머스, 금융, 모빌리티, 클라우드, 웹툰, 인증서비스, AI 등의 사업 확장에 집중했다. 그 결과 기존 금융기업의 견제를 뚫고 핀테크 시장을 선점했고, ‘K웹툰’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 지역까지 휩쓸며 만화 강국의 이미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통신업계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사업환경에 대비해 빅데이터, AI, 모빌리티 등으로 활로를 찾아 나섰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T맵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전문기업을 설립해 주차·광고 등의 플랫폼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KT는 작년 11월 선보인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확장해 통신사업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도 스마트 헬스와 교육, 콘텐츠, 데이터 등의 신사업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항공업계도 가만 있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는 비대면 흐름에 맞춰 작년 4세대 소렌토, 7세대 아반떼, 3세대 G80 등 신차 출시 행사를 온라인으로 개최했고, 재택근무로 모든 IT 개발 업무를 소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좌석을 떼고 화물 수송량을 늘려 매출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해 작년 2·3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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