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그랑드아르슈'

송경은 2021. 1. 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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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외곽 라데팡스 상업지구에 세워진 신(新)개선문 `그랑드아르슈`. /사진=송경은 기자
[랜선 사진기행-29] 프랑스 파리 개선문 근처에서 20여 분가량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라데팡스-그랑드아르슈역. 파리 구시가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현대식 건물들이 빌딩숲을 이루고 있었다. 광활한 광장 앞에는 거대한 건축물이 서 있었다.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이곳 라데팡스 상업지구에 세운 신(新)개선문 '그랑드아르슈(Grande Arche)'였다. 그 규모에 압도돼 한참을 걷다 광장에서 그랑드아르슈로 이어진 계단에 올라 무심코 뒤돌아섰는데, 저 멀리 중앙으로 길게 뻗은 길 끝에 서 있는 개선문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프랑스의 과거에서 현재로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개선문으로 불리는 그랑드아르슈는 파리 중심부 에투알 광장의 개선문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만든 건물로 1989년 완공됐다. 프랑스혁명의 정신을 계승하는 '인류의 영광을 위한 새로운 개선문'이란 뜻을 담고 있다. 개선문과 약 6㎞ 떨어진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으면서 건설 당시 파리에서 가장 높았던 에펠탑, 멘-몽파르나스 타워와 함께 도시의 축을 이루도록 배치돼 있다. 꽤 먼 거리지만 그랑드아르슈에서 개선문까지 이어진 길에는 시야를 가리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랑드아르슈 앞 광장(왼쪽). 직선 1.5㎞ 구간은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다. 오른쪽은 건물 중앙의 차광판. /사진=송경은 기자
그랑드아르슈는 폭과 높이, 깊이가 약 110m로 내부가 비어 있는 초입방체(하이퍼큐브) 형태로 조형적으로 간결하고 순수한 구조 덕분에 건축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건물 안쪽 빈 공간의 폭은 70m로 샹젤리제 거리의 노폭과 일치한다. 또 빈 공간 중앙부의 구름처럼 보이는 차광판은 바람과 빛이 스며들게 해 방문객들을 보호해주면서 그 자체로 조형물 역할을 했다.

35층 건물인 그랑드아르슈는 대부분 관공서 사무실로 쓰이고 있는데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쇼핑몰과 영화관 등도 입주해 있다. 꼭대기 층의 전망대와 전시 공간, 레스토랑, 루프톱 정원 등은 엘리베이터 티켓을 구매해 올라갈 수 있다. 건물의 빈 공간을 가로지르는 엘리베이터는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꼭대기로 올라가는 동안 아찔한 높이에서 도시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전시장의 사진 작품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옥상 전망대가 나왔다. 전망대에서는 멀리 파리의 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랑드아르슈 35층에 있는 카페(왼쪽). 오른쪽은 루프톱 정원. /사진=송경은 기자
그랑드아르슈가 있는 라데팡스는 1950년대 인구 증가로 몸살을 앓던 파리 도심의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역사의 축' 서쪽 끝 지역에 개발된 혁신도시다. 유럽 최대 규모의 업무단지로 '프랑스의 맨해튼'으로도 불린다. 1982년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은 이곳에 그랑드아르슈를 건설하기 위해 국제 설계 공모 대회를 열었다. 당시 덴마크 건축가 요한 오토 폰 슈프레켈젠과 엔지니어 에릭 레이첼의 디자인이 당선됐다. 1986년부터는 프랑스 건축가 폴 안드레우가 슈프레켈젠으로부터 작업을 이어받았다.

라데팡스는 업무지구와 공원, 주거지가 함께 어우러진 복합 단지로 조성됐는데 업무지구인 A존에는 10만㎡ 규모의 상업지구에 1500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근로자는 15만명에 달한다. 파리 부도심 역할을 하고 있는 이 도시는 현재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랑드아르슈는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루브르 강에서 개선문에 이르는 역사의 축을 완성하며 파리를 미래로 인도하는 셈이다.

그랑드아르슈 옥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 전경. 멀리 파리 도심까지 보인다. /사진=송경은 기자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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