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개막! 전 세계 울려 퍼진 'I will survive'

홍장원 2021. 1. 2. 15: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쿨오브락-173] 지나간 2020년은 역사 속에 코로나19가 창궐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역사가 '비포 코로나(Before Corona)'인 BC와 '애프터 코로나(After Corona)'인 AC로 재편될 거란 전망은 현실이 됐다.

새해는 1년을 만드는 365일 중 첫날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은 늘 이걸 특별하게 기념한다. 대중음악의 본산, 공연의 성지인 미국 뉴욕에서는 새해 첫날 '타임스스퀘어 볼드롭' 행사가 열린다.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빌딩 꼭대기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이뤄진 무게 5.4t의 대형 원구를 천천히 떨어뜨린다. 우리로 치면 보신각 타종이다. 종 몇 번 치는 타종 현장을 지켜보려고 보신각 주변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듯이 미국인은 이걸 현장에서 보기 위해 100만명 넘는 인파가 운집한다.

그러다보니 새해 첫날을 기념한 공연이 빠질 수 없다. 지난해 새해 첫날엔 BTS 등이 맨해튼 공연에 초대됐다. 얼래니스 모리셋(1990년을 강타한 캐나다 출신 여가수), 샘 헌트(2018년 빌보드에서 컨트리 부문으로 트로피를 따냈다) 등 쟁쟁한 가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말이다.

하지만 올해 행사는 당연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미리 초대받은 필수 업종 근로자와 그의 가족 40명만 현장에 참여했다. 대신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새해맞이 세리머니도 '랜선'으로 진행하는 셈이다.

어찌보면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무대다. 이 공연이 온라인으로 펼쳐지는 건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 굴지의 제약사들이 백신을 하나둘씩 찍어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백신을 맞았다. 백신이 인류를 구할 거란 기대감에 미국 증시는 또 한번 사상 최고치 랠리를 찍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 새해맞이 땐 아마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예전과 똑같아질 수는 없겠지만 지독했던 코로나19 공포를 극복하고 삼삼오오 모여 신년을 축하할 것이다.

그래서 올해 누가 초대될지가 초미의 화제였다. 무대에 오른 것은 디스코 디바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린 글로리아 게이너. 1949년 9월 출생해 1975년 데뷔 앨범 네버 캔 세이 굿바이(Never Can Say Goodbye)를 내놓은 흑인 여가수다. 디스코 시대에서 디스코의 대중화를 전면에서 이끈 재능 있는 여가수였다. 흑인 특유의 소울풀한 단단한 보컬로 무장했다.

흘러간 이 가수가 누구길래 의미 있는 2021년 타임스스퀘어 첫 무대에 설 수 있었을까, 궁금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놀랍게도 이 가수는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아는 가수다. 이름은 들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목소리는 분명히 접한 바 있다. 1978년 이 가수가 내놓은 노래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를 당신이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은 발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한 이른바 그저 '끼워넣은 곡'이었다. 하지만 명곡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진가를 발휘하는 법. 타이틀곡을 밀어내고 메인 싱글 자리에 오르더니 급기야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고 그래미 타이틀까지 따내고 만다.

한 해에만 그래미 트로피 곡 몇 곡이 떨어지는데 20년도 더 지난 예전 곡을 우리가 어떻게 안다는 걸까. 곡이 워낙 유명해 한국에 수출까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 수밖에 없다. 진주가 불러 히트한 '난 괜찮아'의 원곡이다. 흥겨운 펑키 리듬에 강렬한 고음이 인상적인 이 멜로디를 당신은 지금 바로 떠올릴 수 있지 않나.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이곡을 테마곡으로 썼다. 코요테 어글리(Coyote Ugly), 마션(Martian), 리플레이스먼트( The Replacements)에서 이 곡을 들을 수 있다. 도대체 가사가 어떻길래. 한번 들여다보자.

At first I was afraid, I was petrified(처음에 난 겁을 먹었어, 그래서 두려워했지)
Kept thinkin' I could never live without you by my side(너 없이는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But then I spent so many nights thinkin' how you did me wrong(하지만 몇 밤 동안 네가 내게 했던 잘못된 짓을 떠올리며)
And I grew strong, and I learned how to get along(난 더 성숙해졌어, 널 떠나는 법을 알았지)

And so you're back, from outer space(그리고 이젠 네가 돌아왔네, 저 멀리 우주에서 다시)
I just walked in to find you here with that sad look upon your face(집에 돌아왔는데 눈에 보이는 건 네 우울한 얼굴)
I should have changed that stupid lock(빌어먹을 문고리를 당장 바꿀걸)
I should have made you leave your key(니가 열쇠로 열고 들어오지 못하게)
If I'd have known for just one second you'd be back to bother me(니가 다시 돌아와 날 괴롭힐 걸 알았다면 그랬을걸)

Go on now, go, walk out the door(나가, 가버려, 여기서 나가)
Just turn around now, 'cause you're not welcome anymore(돌아서, 난 더 이상 너 환영해줄 사람이 아니니까)
Weren't you the one who tried to hurt me with goodbye?(나한테 이별로 상처를 준 사람은 너였잖아)
Did you think I'd crumble? Did you think I'd lay down and die?(내가 쓰러질 거라 생각했어? 내가 그렇게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

Oh no, not I, I will survive(그렇게는 안 되지, 난 살아남을 거야)
Oh, as long as I know how to love, I know I'll stay alive(사랑하는 법을 잊지 않는 한, 살아갈 거야)
I've got all my life to live, and I've got all my love to give(아직 살아야 할 인생이 남았고, 줘야 할 사랑이 남았어)
And I'll survive, I will survive, hey hey(난 살아남을 거야, 난 살아남을 거야)

후략

게이너는 한때 알코올과 마리화나에 찌들어 있었다. 척추를 크게 다치고 입원한 뒤 성경을 접하며 독실한 기독교인이 됐는데, 그때부터 후렴부 가사를 'I will survive. He gave me life. I stand beside the Crucified One. I can go on(난 살아남을 거야. 그가 내게 생명을 주었지. 난 십자가에 못 박힌 자의 곁에 서 있네. 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로 바꿔 부르고 있다.

종교와 신앙을 떠나 새해 첫날 게이너의 노래를 듣고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란 사실이다. 2021년 코로나 변종이 어떻게 나오든, 그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식당이 문을 닫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없을지라도 분명한 것은 우리는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메시지가 올해 타임스스퀘어 공연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새해가 밝았다. 지금까지 수고한 우리의 생존을 함께 즐기자.

[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