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유튜버'에 성공법을 묻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기자 유튜버들… 구독자 800명에서 15만명까지 "유튜브는 수단일 뿐 브랜딩을 해야"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올해까지 구독자가 5000명이 넘지 않으면 그때는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1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했던 김태현 일요신문 기자가 인터뷰 후 살짝 덧붙인 말이었다. 2020년 12월. 김 기자가 운영하는 '기자왕 김기자' 구독자는 15만명을 훌쩍 넘었다. 미디어오늘은 2년 전 개인 유튜브를 운영하던 기자 3명을 다시 만났다.
[관련 기사: 유튜브로 만나는 독자 “확실히 다르죠” ]
'기자왕 김기자'의 경우 800명이었던 구독자가 15만명으로, '기자 김연지'(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채널 구독자는 2019년 당시 4800여명에서 현재는 4만명이다. 채널 성격도 바뀌었다. 2년 전에도 구독자가 2만명이 넘었던 '김앤정'(정진영 한국스포츠경제 기자) 채널의 경우 정 기자가 퇴사하고 책을 쓰는 등 새 길을 걸으면서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었다.
취재기 올리는 유튜브로 친근감 UP, 제보도 늘어 선순환
김태현 일요신문 기자는 여전히 유튜브 '기자왕 김기자'에 자신의 취재기를 올리고 있다. 그의 주요 취재 대상은 '사기꾼'이다. 가장 인기를 끈 영상은 '인천대장'이라는 별명의 유튜버이자 사업가인 성모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조회수가 187만회를 육박한다. 성씨 피해자 인터뷰 영상도 170만 조회수를, 성씨 근황을 다룬 영상은 106만회를 기록했다. 슈퍼스타 K 유망주였던 최모씨가 '중고나라' 사기를 쳤다는 영상도 30만회를 기록했다.
김 기자는 “조폭과 연루된 사기꾼들에 대한 취재를 영상으로 전달했을 때 큰 관심을 받았다”며 “이후 사기 관련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회사 업무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지만 이를 통해 들어온 제보로 실제 취재에 도움이 된, '선순환의 사례'다.

김 기자는 “기사로 만나는 기자는 독자에게 '나와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데 유튜버는 왠지 나와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라며 “기자와의 거리가 매우 좁혀지기 때문에 제보가 더 많이 들어왔다고 본다”고 짚었다.
김 기자는 “'중고나라' 사기나 증권사기 등 인터넷을 통한 사기 사건이 아주 많아졌다. 이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니 자연히 이런 사건·사고에 관심을 두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유튜브에 이런 사건을 자극적으로 다루는 콘텐츠는 많지만 실제 취재를 하면서 이를 전달하는 영상은 부족하다. 이런 차별점이 구독자 확장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개인 유튜버를 꿈꾸는 기자들에게 김 기자는 “사실 유튜브 구독자들이 많아진다고 해도 내 생활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며 “어깨에 힘을 빼고 편하게 도전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기자 콘텐츠 만들다 퇴사 후 작가로
전·현직 연예매체 기자들의 연예 기사 및 콘텐츠 리뷰를 제작해온 '김앤정' 채널. 이 채널을 운영하는 정진영 기자는 현재 퇴사한 상태였다. 정 전 기자는 퇴사 이후 '여자를 위한 수염은 없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어느 기레기의 죽음' 이후 두 번째 책이다. 김앤정은 팟캐스트 '김앤정의 별별수다'라는 채널로도 확장했고 순위권에도 들며 순항 중이다.
정 전 기자는 왜 기자를 그만둔 걸까.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독자들이 유입하는 방식이나 어뷰징 시스템에 회의를 느꼈다. 줄글 외에 다양하게 독자들과 소통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회사를 그만두니 조금 더 다양한 시각에서 채널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꾸준히 찾아주신 독자분들 덕에 팟캐스트, 출판 등 다른 분야로까지 진출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정 전 기자는 “현직 기자는 아니지만 언론과 미디어에 관심이 많고, 취재와 보도 환경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며 “유튜브 채널 운영을 통해 언론을 바라보는 대중 시각과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많은 걸 느끼고 있다. 채널 운영만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지쳤을 것이다. 과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기자 브랜딩 수단일 뿐”
'기자 김연지' 채널은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졌다. 구독자는 4000여명에서 4만여명으로 10배 늘었다. IT기기 리뷰 등 IT 소식도 게시되지만 새벽 기상 라이브나 자기계발 관련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 김 기자에게 채널 성격을 바꾼 이유를 물었다.
“IT 분야 취재를 맡으면서 IT 유튜버로 출발했지만, 여타 IT 유튜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일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가지 못한달까. '덕후성'(오타쿠성)에서 밀렸다. 전문 기자라고 하기엔 IT만 온종일, 365일 내내 파헤치는 유튜버들에 비해 그저 IT 출입 기자에 불과했다.”
IT 기업이 기자보다 유튜버를 우대하는 느낌도 받았다고 했다. 김 기자는 “IT 유튜버의 관건은 신제품을 얼마나 빨리 확보해 리뷰하느냐에 달렸다. 유명 IT 유튜버들은 협찬이나 광고를 통해 출시 전에 이미 신제품을 받아 리뷰한다. 엠바고가 걸려있더라도 출시하는 동시에 리뷰 영상이 공개된다”며 “기자들은 실물을 살펴보고 리뷰를 위해 취재를 하고, 촬영·편집을 하면 내 영상은 철 지난 옷이나 다름 없었다”고 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 리뷰를 어떻게 쓸지 모르는 기자의 기사보다 돈 주고 질 좋은 영상을 보장받는 유튜버가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 기자는 “기자는 출입처도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언론사 특성상 한 출입처에 오래 머물 수 없다. 어느 출입처에 가더라도 다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출입처보다는 기자로서 특성을 좀더 살려야겠다 싶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채널 성격을 바꾸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육아를 하면서 편집 시간이 부족해지자 '새벽 라이브'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인스타그램에서 '나를 위한 2시간 모닝레서피'라는 도전을 통해 새벽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라이브 방송을 한다. 따로 편집하지 않아도 되는 라이브 방송으로 편집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스스로 '우리 더 고민해봐요. 주변도 둘러보고요'라는 브랜드 철학을 갖춘 그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소통을 넓히고 있다.
“유튜브를 하지 말고 '브랜딩'을 해야 한다. 유튜브가 목적이 되면 수익을 좇는 것밖에 안 된다. 조회수 잘 나오는 것들, 소위 '대박난다'는 영상들은 먹방, 겜방, 키즈 콘텐츠 혹은 정치 편향적인 것들이다. 이런 영상으로 채널이 채워지면 선플보단 악플이 많아지고 채널 본질을 알 수 없게 된다. 유튜브는 어디까지나 개인 브랜드를 위한 수단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남들이 하는 것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발굴·개척해나가는 것이 차별화이자 또 브랜딩을 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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