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새해를 시작하며 글자 그대로의 '영화' 이야기

현화영 2021. 1. 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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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개봉 예정인 ‘승리호’(감독 조성희, 2020)
 
2021년이 됐으니, 영화가 탄생한 지 127년쯤 됐다. 기준에 따라 영화 등장 시점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어쨌든 120년이 훌쩍 지났다. 그사이 영화도 세상도 많이 변했다. 

새삼스럽지만 새해를 시작하면 글자 그대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무언가의 이름, 명칭을 들여다보게 되면 의외로 많은 걸 알게 된다. 영화는 ‘비출 영(映)’에 ‘그림 화(畵)’ 그러니까 ‘비친 그림’이란 의미를 지녔다. 영화에 영화라는 명칭을 붙였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의미가 쉽게 납득이 된다. 서양에서 들어온 낯선 기계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면서 스크린에 무언가 비치는 게 신기했을 테니까. 

- 영화와 영화관의 관계

지난 한해 새삼 영화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자주 못 가게 되자 불편했고, 아쉬웠지만, 적응이 되기도 했다. 방 안, 차 안, 지하철 안 등이 나만의 영화관이 되어 주었고, 나름 영화들도 좀 봤다.  

그러나 이 경우 개봉한 새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영화관 개봉 영화는 감소했고, 온라인 개봉을 선택한 영화는 많지 않았다. 대신 이전 영화를 다시 본다거나, TV 드라마나 예능을 다시 보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라이브 혹은 다시 보기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보았다.  

앞 문장에서 내 자신도 ‘영상 콘텐츠’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일상에서 시공간적 제약을 덜 받으며, 수시로 보고 있는 영상 콘텐츠를 영화라고 부르기엔 애매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개봉되는 2시간 안팎의 극영화나 기록영화라는 기준으로 정의 내려지고 있다. 

IPTV, 케이블TV, 구글 플레이 등 온라인 개봉한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감독 김용진·박중석, 2020)
 
- 인류 최초의 동영상 콘텐츠 영화

영화라는 범주가 기준에 따라 매우 넓을 수도 있지만, 매우 좁을 수도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영화는 넓은 의미에서 움직이는 영상 즉 동영상 콘텐츠다. 

영화를 탄생시킨, 더 정확하게는 발명한 나라에서 영화를 ‘무비(movie: moving picture의 줄임말)’, ‘모션 픽쳐(motion picture)’, ‘시네마(cinema)’ 등으로 칭하는데, 모두 ‘움직임’, ‘움직이는 사진’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에서 ‘활동사진(活動寫眞)’이란 명칭도  사용되었는데, 이 명칭들을 번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많은 이름을 붙이며 그 의미를 담아낼 정도로, 영화는 ‘움직이는 영상’이라는 점이 획기적인 새로운 것이었다. 영화 이전엔 이렇게 그럴듯하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사실적 (사진) 이미지는 없었다. 

19세기 말 인류 최초의 동영상 콘텐츠로 등장해 필름에 저장되어 영화관의 영사기를 통해 상영되는 방식이 주류가 됐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점차 장편 극영화가 대세가 됐다. 뉴스 영화도 제작되어 상영됐다. 

그러다 1950년대를 거치며 동영상 통신 미디어인 지상파TV가 대중화되고, TV를 통해 방영되는 동영상 콘텐츠들도 다양화됐다. TV라는 포맷에 맞게 생방송, 연속 콘텐츠 등이 제작됐다. 그러면서 TV 뉴스프로그램, TV 음악 프로그램, TV 예능프로그램 등의 명칭들이 부여됐다.     

- 미디어이면서 동시에 콘텐츠

영화는 여전히 ‘필름(film)’으로도 불린다. 각종 영화제의 명칭도 필름 페스티벌이다. 영화가 처음 등장할 때 영화용 카메라 즉 빠르게 연속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와 카메라가 불러들인 빛을 기록할 수 있는 영화용 필름 개발이 필수였다. 

필름은 영화를 담아내는 저장 미디어로서 100년 가까이 영화의 주류 미디어 역할을 했다. 1970년대 비디오테이프, 1990년대 디지털 저장 장치 등이 개발되면서 영화의 저장 미디어는 다변화되었고, 그중 일부는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영화를 필름으로 부른다 해서 그 투명한 셀룰로이드 재질의 저장 미디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이면서 동시에 콘텐츠를 의미한다. 요즘은 콘텐츠 의미가 더 강해졌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상영되는 동영상 콘텐츠로 좁혀져서 말이다. 

2021년 현재 다양한 형식을 지닌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가 다양한 명칭으로 칭해지며 다양한 미디어와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각각을 모두 구분하여 부르는 세부 명칭들도 있지만, 아울러서 동영상이라 할 수도 있다. 

한동안은 영화만이 유일한 동영상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 중 하나다. 영화관이라는 특화된 공간 방문이 위축되면서 영화는 분명 어려움을 겪었다. 영화관과 영화 모두 변화가 불가피하다.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 2020)
 
온라인 개봉 영화도 늘고 있다.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 2020)’은 넷플릭에서 개봉됐고, ‘승리호’(감독 조성희, 2020)도 넷플릭스 개봉 예정이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감독 김용진, 박중석)는 2020년 12월 31일 IPTV, 케이블 TV, 티빙, 웨이브, 구글 플레이 등에서 온라인 개봉됐다. 오늘부턴 10여개 영화관에서도 순차적으로 상영이 시작된다. 

모두들 역사의 증인이 될 준비를 하시라! 우린 지금 역사의 한복판에 있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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