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사진〉 2000년 동안의 몸짓

사진 최형락·글 박연준 2021. 1. 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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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얼굴이 없다.

뒷면에 서 있느라 그렇다.

앞을 보이기 위해 스스로 뒷면에 가 서 있는 사람.

시간은 뒷면에 선 사람들의 손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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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락강원도 ‘원주한지’ 공방에서 지장(紙匠)이 색지 말리기를 하고 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얼굴이 없다. 뒷면에 서 있느라 그렇다. 앞을 보이기 위해 스스로 뒷면에 가 서 있는 사람. 대개 몸을 사용해 일하는 이들이 그렇다. 종이가 쓰임을 갖기까지, 종이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더 많은 기다림, 더 많은 실패, 더 많은 두려움과 기대를 필요로 한다. 시간은 뒷면에 선 사람들의 손에 내려앉는다. 시간은 손을 만든다. 물기를 잃은 손, 무언가를 쓰다듬고 매만지고 일으켜 세우느라 푸석하게 마른 손. 펄럭이며 살아 있는 손. 우리가 무언가를 누릴 수 있다면, 수그리고 일하는 이들의 ‘쉼 없음’ 때문이리라.

ⓒ최형락경북 ‘안동한지’ 공방에서 지장이 종이를 뜨는 초지 작업을 하고 있다. 약 2000년 전 중국의 채륜이 제지술을 정리한 이후 종이를 뜨는 이 몸짓은 지금까지 그대로다.
ⓒ최형락전주 대성한지의 오남용 대표가 한지를 안고 있다. 오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한지 일을 물려받아 평생 종이를 만들었다. 지금은 한지 생산을 멈추고 체험 공방을 열고 있다.

사진 최형락·글 박연준(시인)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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