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사진〉 아빠가 머무는 미지의 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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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다는 뜻을 지닌 '치매'라는 말은 여전히 다른 말로 대체되지 못하고 있다.
대체될 수 있는 말로는 인지(認知)증, 인지 저하, 인지 장애 등이 있다.
하지만 아빠의 인지가 '비정상'이 아니라 '다른' 인지가 아닐까 하고 자문했다.
언젠가 나도 '다른' 인지를 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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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다는 뜻을 지닌 ‘치매’라는 말은 여전히 다른 말로 대체되지 못하고 있다. 대체될 수 있는 말로는 인지(認知)증, 인지 저하, 인지 장애 등이 있다. 나는 이 말들도 썩 내키지 않는다. ‘정상’ 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빠가 처음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아빠의 삶이 끝난 줄 알았다. 캄캄하고 두려운 날들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아빠의 인지가 ‘비정상’이 아니라 ‘다른’ 인지가 아닐까 하고 자문했다. 그제야 함께 삶을 살아볼 용기가 났다.
아빠가 머무는 과거의 어느 시간과 공간에 함께 머물렀다. 나의 아빠이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한 사람을 마주했다. 언젠가 나도 ‘다른’ 인지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내가 머물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을까?
사진 신정식·글 조기현(<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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