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시달리는 북한, 중개상들에게 "무기 좀 팔아주오" [박수찬의 軍]
고객이 많으면 공급자는 유리한 위치에서 무기를 팔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무기 판매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북한의 무기 생산능력과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신뢰도, 대북 제재, 판매 경쟁 격화 등의 요인이 뒤섞인 결과다.
◆첨단 무기는 외면받는 북한의 현실
이라크 바그다드, 시리아 이들리브 등에서는 막대한 양의 무기가 밀거래되는 암시장이 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밀거래를 추적하는 SNS 계정과 싱크탱크 등에 따르면, 북한산 73식 기관총은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개당 300달러(약 33만원)에 거래된다.
중국이 복제한 M16A1 소총 가격이 770달러(약 84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시리아에서는 북한판 AK인 68식 소총도 거래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무기가 암시장에 유입, 지금까지도 거래되고 있다. 구조가 단순하고 고장도 별로 없으며, 물량은 많으니 수요가 꾸준하다.
미 싱크탱크인 걸프문제연구소는 2015년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회사가 북한 조선광업개발공사(KOMID)로부터 로켓, 기관총, 소총 등 1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사들여 예맨에 보냈다는 미 국무부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주미 UAE 대사를 소환, 기밀문서를 전달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문제는 북한산 소총이나 기관총, 로켓포는 인정을 받았지만, 이보다 더 복잡한 무기에 대한 신뢰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2012년 북한산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아제르바이잔에 팔려다 영국 수사당국에 체포된 마이클 레인저의 사례에는 북한 무기 판매의 특성과 문제점이 잘 드러나 있다.
총기류 거래를 주로 하던 레인저는 2004년 싱가포르에 있던 ‘암흑세계’ 동료의 소개로 북한과 처음 접촉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속 안드레아 버거가 레인저 사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레인저와 오학철의 관계는 북한 무기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만들었다.
오학철은 레인저에게 북한 무기 판매 면허를 부여하고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구매자를 찾도록 장려했다. 6.25전쟁에 쓰인 구식 소총부터 중거리 미사일까지 거래가 가능하다면서 레인저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는 예멘과 리비아 무장단체에 재래식 무기와 탄도미사일 공급을 제안했고, 2016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한과 예멘 후티 반군 간 군사장비 거래 협상을 중재했다.
무기 거래 네트워크 접근이 불가능한 북한과 ‘무기 암시장의 큰 손’이 되고픈 중개상들의 욕구에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지금도 계속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문제는 북한 무기의 품질과 고객 응대다. 소화기를 제외하면, 북한 무기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북한은 잠재 고객의 의문을 해소하는데 소극적이었다.
레인저 사건 당시 아제르바이잔측은 북한 무기의 신뢰성 문제를 들어 미사일 10기를 먼저 들여와 자국에서 시험을 하려 했다. 반면 북한은 자국 내 시험을 고집했으며 최소 100기를 사야한다고 맞서 레인저를 분노케 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운송이 쉽지 않은 것은 무기수출을 더욱 어렵게 한다.
북한의 무기 운송 루트는 극도로 복잡하다. 외국과 직접 연결된 항공편이나 정기 선박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각국 정보기관이 눈에 불을 켜고 북한의 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하기 때문이다.
바닷길을 이용할 때는 인접국으로 물건을 옮기고, 그곳에서 중소형 컨테이너선에 옮겨 대형 항만으로 이동한 뒤 수차례 환적을 해야 한다. 운송비는 비싸고, 시간은 많이 걸린다.
과거에는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에서 몰래 환적을 하기도 했으나, 미국 등이 초계기와 군함을 투입해 감시를 하면서 이조차도 쉽지 않다.
이는 거래 손익분기점을 높인다. 손익분기점이 높아지면 소량 판매로는 큰 이윤을 얻기 힘들다. 백화점 명품 쇼핑하듯 북한산 무기를 ‘쓸어담는’ 수준은 되어야 거래를 할 수 있다. 수요자가 더욱 줄어들게 되는 대목이다.
무기 밀매를 둘러싸고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북한은 ‘텃밭’인 소화기 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다.
시리아 반군 양성과 무기 운송에 관여한 요르단 정보총국(GID) 요원들은 CIA와 사우디가 폴란드,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서 구매한 AK 소총과 기관총 등을 트럭째 빼내 암시장에 팔았다.
무기를 빼돌린 요원들은 그 돈으로 고가의 SUV 차량, 아이폰 등을 사들였다.
유출된 무기 중 상당수는 범죄조직과 무기 밀매상에게 넘어갔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포장지를 뜯지 않은 동유럽 AK 소총이 암시장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U.S’라는 라벨이 찍힌 글록 권총이 예맨 수도 사나의 암시장에 등장할 정도다.
시리아에서는 230달러(25만원)만 있으면 박스도 뜯지 않은 구동독 AK 소총을 살 수 있고, 예맨에서는 1100달러(120만원)에 오스트리아산 슈타이어 소총을 입수할 수 있다.
잠입 취재를 통해 북한 무기 밀거래를 다룬 다큐멘터리 ‘잠복’의 감독 매즈 브루거 감독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은 무기를 구입할 고객을 찾는데 필사적이었으며, 그들 중 한 명은 우리에게 고객을 찾을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어느 나라든 불법이다. 하지만 북한은 끊임없이 무기 수출을 시도하면서 제재를 뚫으려 하고 있다.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판매는 핵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한 감시와 차단이 필요하다. 해상 및 금융거래 차단을 포함한 감시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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