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語사전] "덞어진 옷, 얼떠름한 표정"..같은 듯 다른 북한말

김정근 기자 2021. 1.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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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말'이라고 부르는 북한말은 우리말과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조선말대사전은 덞다를 두고 '어지럽혀지거나 때가 껴 더러워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국민 참여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엔 북한말이라는 언급과 함께 '물들다'의 옛말이라는 설명이 나와 있다.

우리말 중 '얼떨떨하다'와 '떨떠름하다'를 합쳐 놓은 듯한 이 단어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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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뿐 아니라 조어법도 달라..'자래우다'의 뜻은?

[편집자주]'조선말'이라고 부르는 북한말은 우리말과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北語(북어)사전]을 통해 차이의 경계를 좁혀보려 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평양시 서성구역상하수도관리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중등학원 졸업생이었는데 옷이 덞어진 것이 얼핏 눈에 띄었다."

지난달 2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옷이 덞어지다'라는 표현이 실렸다. 우리에겐 낯선 '덞다'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조선말대사전은 덞다를 두고 '어지럽혀지거나 때가 껴 더러워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럽다'와 유사한 듯 보이지만, 쉽게 그 뜻을 알아차리긴 힘들 듯하다.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엔 덞다가 등재돼 있지 않다. 다만 국민 참여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엔 북한말이라는 언급과 함께 '물들다'의 옛말이라는 설명이 나와 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1459년(세조 5년)에 간행된 '월인석보'에서 덞다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다. 남한에선 더는 쓰이지 않는 옛말이 북한에선 현대에도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흥미롭다.

"영문을 몰라 얼떠름해있는데 한 동무가 신문을 펼쳐 보였다"

지난달 27일 신문엔 '얼떠름하다'라는 말도 등장한다. 우리말 중 '얼떨떨하다'와 '떨떠름하다'를 합쳐 놓은 듯한 이 단어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조선말 대사전에 따르면 얼떠름하다는 '좀 얼떨떨한 데가 있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북한 사전에도 얼떨떨하다는 표현이 올라있는 것으로 보아 비슷한 뉘앙스의 여러 말이 있는 듯하다.

특히 '정신이 얼떨한 판에'라는 뜻을 가진 '얼떨결'의 경우 동의어로 '어마지두'·'어마뜩'·'어망결'·'얼결'·'얼김' 등의 다양한 단어가 소개돼 있다. 우리 국어사전엔 어마뜩과 어망결 두 단어는 북한어로 따로 올라 있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새끼 해삼과 새끼 참성게를 충실하게 자래웠다"

북한 매체에서 자주 보이는 표현 중 하나로 '자래우다'가 있다. 지난달 26일 신문에도 실렸던 자래우다는 무슨 말일까.

자래우다는 '기르다'의 북한말로 이해하면 된다. 조선말대사전은 '자라다'의 사역형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남북 언어 중 두드러지는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조어법(단어 형성법)이다. 우리가 보통 사역형을 만들 때 '-게 하다'로 쓰는 부분에서 북한은 '-우'를 사용한다. 우리의 '찔리게 하다'는 표현이 북한에선 '찔리우다'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북한에선 '머리를 기르다' 대신 '머리를 자래우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눈길이 간다. "머리를 길게 자래우면 인체가 소모하는 영양물질도 많아지기 때문에 머리를 너무 길게 자래우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식이다.

■ 덞다 [동사] = 어지럽혀지거나 때가 껴 더러워지다.

■ 얼떠름하다 [동사] = 좀 얼떨떨한 데가 있다.

■ 자래우다 [동사] = 기르다의 북한말. '자라다'의 사역형.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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