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조-교원단체 싸움에 학부모만 '난감'..올해도 '돌봄 갈등'

장지훈 기자 2021. 1. 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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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운영 주체 두고 논의 평행선..협의회는 '유명무실'
전담사 "이관하면 질적 하락" vs 교사 "교육과 돌봄 분리"
돌봄전담사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지난해 11월6일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2020.11.6/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돌봄전담사를 포함한 교육공무직의 크리스마스 이브 총파업은 유보됐지만 세밑까지 학부모들을 마음 졸이게 한 '돌봄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돌봄노조와 교원단체 간 갈등이 커지면서 올해도 학부모들은 파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가 돌봄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질적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꾸린 '초등돌봄운영개선협의회'(돌봄협의회)가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된 가운데 돌봄노조와 교원단체도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게을리 하고 각자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공무직 노조 연대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돌봄 업무의 지자체 이관이라는 핵심 쟁점을 두고 한 걸음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돌봄은 학교가 주체가 돼 지금처럼 돌봄전담사들이 도맡는 방식이 유지돼야 한다는 게 학비연대의 입장이다. 지자체로 돌봄 업무가 이관되면 교육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돌봄전담사들의 고용도 불안해져 돌봄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교원단체들은 교육과 돌봄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며 보육·복지 담당 부처가 소관하고 운영 주체도 학교에서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교 공간에서 돌봄이 이뤄지더라도 지자체가 고용한 인력이 돌봄을 맡아야 학교 행정과 돌봄이 분리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법적 근거 없이 학교에 떠맡겨진 형태의 현행 돌봄 체제를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돌봄노조와 교원단체는 각자의 주장이 돌봄의 질을 높이고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강변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을 핑계 삼아 서로 편익 추구에만 골몰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6일 돌봄의 지자체 이관 저지를 내세워 총파업을 강행했던 학비연대는 지난달 24일 '2차 돌봄파업'을 예고하면서 돌봄전담사의 근무 시간 확대, 기본급·명절휴가비·근속수당 인상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11월6일 돌봄교실 이용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0.1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경기 양주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1·3학년 학부모 A씨(44·여)는 "노조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다"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돌봄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파업하겠다는 건 아이들을 협상 도구로 삼겠다는 것으로 느껴져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교원단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들을 최일선에서 교육하는 교사들이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고 지자체 이관만 고집하고 있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5월 초등돌봄교실을 방과후학교에 포함시켜 '학교 고유사무'로 규정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교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이틀 만에 철회한 바 있다.

교원단체들은 현재 돌봄 관련 행정 업무를 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교사의 역할을 넘어선 것이라며 돌봄전담사나 지자체가 고용한 인력이 도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1·2차 돌봄 파업이 예고됐을 때 교원단체들은 돌봄 공백이 우려된다면서도 한 목소리로 "교사의 돌봄 엄무 대체 투입은 불가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돌봄노조와 교원단체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교원단체 사이에서는 돌봄전담사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삼는다며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교육공무직이 총파업을 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돌봄을 학교에 존속시킬 경우 질적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학비노조는 반대로 교원단체들이 돌봄협의회를 집단으로 보이콧한 것을 두고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걷어차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국가교육회의·돌봄노조·교원단체·학부모단체 등 유관단체가 참여하는 돌봄협의회를 만들어 지난해 11월24일과 12월1일 1차례씩 회의를 개최했지만 이후 한 달 넘게 회의 재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돌봄협의회가 돌봄노조의 집단교섭 창구처럼 활용되고 있다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돌봄협의회 정상화를 위해 각 단체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논의 테이블이 언제쯤 다시 마련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학부모 B씨(41·여)는 "돌봄전담사와 교사들이 서로 싸우는 사이에 피해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보고 있다"며 "정작 아이들은 뒷전으로 밀린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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